[비전 동서남북] 인천에는 '검은 반도체'가 있다

2024-07-07

최근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K콘텐츠는 K팝, K드라마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 시작되어 점차 산업 각 영역과 융합되면서 다양한 분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이 K푸드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대장금'이 유행하면서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영화 '기생충'을 통해 짜장 우동라면이 주목받기도 했다. 한국의 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진 것이다.

K푸드 중 김치, 라면, 김의 인기가 가장 두드러진다. 그 중 '김'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틱하다. 김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산식품 가운데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다. 전 세계 점유율은 무려 70%로 압도적이다. 김 수출액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8%씩 성장했으며, 2023년에는 120여 개국에 수출되며 수출액이 1조 원을 넘어섰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김을 '검은 반도체'라고 부른다.

'냉동 김밥'이 큰 인기를 끌고,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관광기념품으로 김을 선호하는 등 김은 빠르게 세계화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김은 건강스낵으로 인식되고 있다. 칼로리는 낮고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재 김부각, 김 스낵, 김 칩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간식용 김'이 개발되어 유통되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맛의 조미 김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해외 시장의 김 수요증가에 맞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2023년 9월 '제1차 김 산업 진흥계획'을 세웠다. 김 산업 진흥구역을 5곳으로 늘려 김 양식부터 가공,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2027년에는 김 수출을 1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김 산업 진흥구역은 1차로 신안군, 해남군, 서천군이 지정되었으며 2차로 진도군과 장흥군이 지정되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김 중 12%만이 인천항을 통해 중국과 태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김을 양식하여 상품화할 수 있는 나라는 한·중·일 3국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은 약 360년 전인 조선 인조시대부터 김을 양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역사와 더불어 김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서 다양한 용도의 김을 생산할 수 있다.

김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곳에서 잘 자란다. 한국의 서해안과 남해안이 최적지다. 전남이 77%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고 충남, 전북이 뒤를 잇고 있다. 인천은 2023년 기준 생산량은 6338t, 생산액은 56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국 생산량의 1%가 조금 넘는데, 인천이 가진 천연자원에 비하면 매우 아쉬운 수준이다. 또한 인천은 김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은 예전부터 김 양식을 해왔고 지금도 장봉도와 영흥도, 강화도 등에서 김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장봉도 김은 지주식 방식이어서 품질과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행히 최근 인천해역에서 '김 양식'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활성화에 대한 시 당국의 의지는 부족해 보인다.

인천은 해양 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천연자원을 이용한 수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김 양식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지금, 인천 어가의 환경, 기술, 인력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장봉도, 영흥도 등의 김 양식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게다가 인천은 해양항만 도시인 동시에 수산 도시이다. 인천 앞바다의 '검은 반도체'를 인천공항과 항만을 통해 세계로 보낼 수 있다. 인천이 김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나아가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는 미래를 기원해 본다.

/김재호 청운대학교 무역물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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