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중력약’ 뜬소문에… ADHD약 맹신

2025-11-17

질환 치료 목적 ‘전문의약품’

ADHD처방 100만건 넘어서

강남 등 학군지 중심 수요 ↑

“학습 효과보다 부작용 더 커”

“요즘 아이가 공부 집중을 못 해서 걱정이에요.”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A씨는 내년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걱정이 크다. 자녀가 30분만 책상에 앉아 있어도 힘들어하고 금세 딴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가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복용 여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관련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기까지 했다. A씨는 “아이가 검사를 받은 적은 없지만, ADHD 진단이 없어도 약을 먹어도 되는지 고민된다”며 “괜찮다면 수험 생활 동안이라도 약을 먹일까 한다”고 말했다.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ADHD 치료에 사용되는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건수가 올해 5월까지 128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DHD 환자가 아닌데 복용할 경우 불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오남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건수는 128만479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96만2955건보다 33.4% 급증했다.

ADHD의 주요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는 의사의 처방 아래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메틸페니데이트는 복용 시 도파민 수치가 상승하며 집중력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는데, 이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 등을 중심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약’ 등으로 잘못 알려져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건수는 247만1431건이었다. 2023년 199만2670건보다 24%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메틸페니데이트의 10만명당 연령대별 처방 인원은 지난해 기준 10대가 230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 1414명, 10세 미만 1360명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울 송파구, 용산구가 상위 1∼5위를 차지해 주요 학군지일수록 수요가 높았다.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도 온라인에서는 메틸페니데이트 복용 효과를 묻는 문의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ADHD 환자가 아닌 사람이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한다.

집중력 향상 효과보다 심박수 증가로 인한 초조·불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불면증이나 환각 등 정신과적 부작용 역시 발생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메틸페니데이트는 ‘마약류 관리법’에 따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오남용하는 경우 의존성 및 중독을 일으킬 수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정확한 진단에 따라 ADHD 치료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방을 남발하는 일부 의사들도 문제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메틸페니데이트를 환자 1명에게 연간 1만정 이상 처방한 의료기관도 있었다. 메틸페니데이트 등은 ADHD 확정 진단을 받지 않아도 비급여 처방을 통해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정작 치료제가 필요한 ADHD 환자들에게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메틸페니데이트 제품의 불법 판매와 알선·광고가 성행하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메틸페니데이트 제품 등을 온라인에서 불법 판매하거나 알선·광고한 온라인 게시물 728건을 적발했다. 서 의원은 “ADHD 치료제가 집중력을 높이는 약으로 오남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관계 당국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홍보 강화 등을 통해 ADHD 치료제가 비의학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