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생 뱀띠, 36살 동갑내기 베테랑 김보경과 김기희가 을사년 새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김보경은 K리그1 승격팀 FC 안양, 김기희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시애틀 사운더스(김기희)에 유니폼을 각각 입고 선수생활을 이어간다. 설 연휴 기간에도 인터뷰에 기꺼이 응한 두 사람은 “선수 시절 막바지를 (이적과 함께)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만끽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희는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를 리그 3연패로 이끈 뒤 미국행을 선택했다. 지난 2018년부터 2년간 뛰면서 우승까지 함께한 시애틀에 5년 만에 컴백한다. 김기희는 “미국은 ‘프로 스포츠의 천국’이라는 별명처럼 그라운드 안팎 환경이 최상이다. 또 과학적, 입체적으로 컨디션을 관리해준다”며 “과거 시애틀에 몸담았을 때 함께한 감독님(브라이언 슈메처)이 여전히 지휘봉을 잡고 있어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 공부와 가족 등 은퇴 이후를 두루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원 삼성을 떠나는 김보경은 “얼마 남지 않은 현역 생활을 K리그1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다”며 “대부분 1부리그 무대가 처음인 안양 후배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보경은 후배들 사이에서 ‘운동 바이블’로 불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시절(카디프시티)에 배운 훈련 방법 등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알려준다. 효과적이면서 올바른 훈련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KBK 풋볼)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김보경은 “후배들이 개인 훈련하는 걸 지켜봤는데, 10여년 전에 내가 했던 잘못을 여전히 답습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가까운 후배들부터 조금씩 가르쳐주기 시작한 게 일이 커졌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안양 후배들을 효과적인 훈련의 길로 잘 인도해 새 시즌 K리그1에서 ‘안양 돌풍’을 일으키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은 동갑이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대학(홍익대)에서 함께 축구를 했고, 나란히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랜 세월을 해외파로 활약했던 점도 비슷하다. 김보경은 세레소 오사카(일본)에서 프로에 데뷔해 카디프시티, 위건 애슬레틱(이상 프리미어리그), 오이타 트리니타, 마쓰모토 야마가, 가시와 레이솔(이상 J리그) 등에서 뛰었다. 김기희는 알사일리야(카타르)와 상하이 선화(중국), 시애틀 사운더스(미국) 등을 거쳤다.
다양한 무대를 경험한 두 사람은 후배들을 향해 한목소리로 “나이의 굴레를 떨쳐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보경은 “프로는 실력 하나로 부딪치는 무대다. 그런데도 ‘어리니까’ ‘후배니까’라는 이유로 자기 합리화하는 후배를 종종 본다”며 “최근에는 젊은 선수 대부분이 K리그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 진출을 목표로 삼는데, 꿈이 크면 클수록 자신만의 장점과 개성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어필하라”고 조언했다. 김기희는 “전에 시애틀에 몸담았을 당시 16살짜리 선수가 감독과 동료들에게 당돌할 만큼 할 말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프로에서는 나이보다 실력이 먼저다. 한국식 선후배 문화에 장점도 있겠지만, 더 많은 후배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각자의 무기를 꺼내 보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