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 향수에 시진핑 공격 댓글
공격적 민족주의 성향 누리꾼들 가담
“극심한 청년 실업에 대한 스트레스”

“명나라의 멸망에 애도를 표합니다.”
연말을 앞두고 중국 온라인에서 역사에 빗대 반항적 의미를 담은 키워드가 연달아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취업난과 통제정책으로 인한 청년세대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이 최근 공개적으로 주시한 키워드는 ‘1644년 사관’이다. 1644년은 만주족이 산해관을 넘어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청나라를 세운 해이다. 역사책에서나 언급되던 명·청교체가 관심을 얻더니 ‘1644년 사관’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온라인을 휩쓸었다.
1644년 열풍은 ‘츠과멍주(吃瓜蒙主)’라는 이름의 블로거가 더우인(중국버전 틱톡)에 올린 중국 고전소설 <홍루몽> 해설 영상이 발단이다. 츠과멍주는 <홍루몽>이 임대업과 가보옥의 가정사를 통해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명나라를 복원하는 이야기라고 재해석했다. 영상은 큰 화제를 모으면서 1644년 명나라의 멸망으로 중국 문명이 끊겼고 청나라의 식민통치로 인해 백성은 고통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역사 토론으로 번졌다. “명나라의 멸망에 애도를 표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급기야 당국이 나섰다. 중국 공산당 저장성 위원회 선전부는 17일 소셜미디어에 성명을 내고 “역사가 정치적 의도나 비이성적 감정에 이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소위 ‘1644년 사관’은 명나라가 여러 정치적, 재정적, 사회적 위기로 인해 멸망 직전에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청나라가 중국 국토를 통합하고 중국 문명을 계승하는 데 기여한 바를 간과하고 있으며 만주족과 한족의 갈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역사적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명나라 때는 왕조의 통제 바깥에 있었던 중국의 동북3성 지역과 신장위구르, 시짱(티베트)자치구는 청의 정복활동을 통해 현재 중국 국경에 편입됐다. 이 때문에 당국은 청 왕조를 부정하는 것은 국민적 통합성을 흔들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저장성 당 선전부는 “1644년 사관이 중국의 연속성보다 단절성을 강조하는 외부세력의 불순한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외세 개입에 의한 분열’까지 언급하며 경고한 데에는 중국 경제가 급격히 둔화한 지난달 들어 온라인에서 반항적 분위기가 연이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영화 <방화>는 지난달 말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다. 2017년 개봉한 이 영화는 당대 청춘들의 사랑과 고뇌를 그리는 한편, 당 간부 자녀들과 서민 자녀들의 극명한 격차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블로거가 지난달부터 중국 동영상 사이트 빌리빌리에 이 같은 해석을 담은 영화 리뷰 영상을 올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11월 29일에 올라온 세 번째 영상은 심야임에도 3700만명의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는데 해당 영상은 지난 5일 삭제됐다. 젊은층에 문화대혁명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환구시보 편집장을 지낸 관변논객 후시진은 소셜미디어에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일부 젊은층이 알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개혁·개방 전 10년은 동란의 시기였다”고 썼다.
보다 공격적 형태의 댓글 움직임인 ‘대충탑운동’도 온라인에서 주목 받고 있다. ‘충탑’은 ‘탑에 돌진하다’는 뜻으로 온라인 전투 게임에서 방어 장비를 갖추지 않고 적의 성탑으로 무작정 돌격하는 자살 공격을 뜻한다.
빌리빌리나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삭제될 것을 알면서도 불온한 댓글을 남긴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시 주석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거나 하트나 엄지 이모지 사이에 ‘시진핑 사퇴’를 의미하는 XJPXT를 끼워 넣는 댓글이 이에 해당한다. 이모지를 모스 부호 형태로 배열해 XJPXT라고 표현하는 댓글도 있다.

휴먼라이츠인차이나(HRIC)는 “대충탑운동의 참가자 다수는 시진핑 정권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였던 소분홍(중국 젊은 극단적 민족주의자 집단) 출신”이라며 청년실업에 대한 분노와 민족주의로 갈고 닦았던 공격적 행동이 결합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인재 유치를 위해 도입한 K비자 정책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소분홍에게 배신감을 안겨줬다는 것이 1차적 계기로 평가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중국 당국은 내년부터 콘돔에 부과하던 부가가치세 면세를 폐지하고, 제3자가 채용 등의 이유로 마약 전과자의 기록을 열람하지 못하게 하기로 했는데, 온라인 일각에서 콘돔 면세 폐지는 ‘억지 출생률 제고’, 마약 전과 기록 봉인은 ‘억지 취업률 제고’로 해석됐다.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매체가 청년들이 생존을 위해 택하는 배달 일을 두고 ‘디지털 유목민’이라고 낭만화한 보도를 내보낸 것도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평가된다. HRIC는 “국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보다 분노가 더 커졌다”고 평했다.
지난달 학생을 제외한 청년(16~24세) 실업률은 16.9%를 기록해 소폭 하락했는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청년들이 저임금을 수용하고 구직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당 차원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청소년의 이념과 도덕성 형성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건강한 성장을 위한 좋은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인민일보 등이 17일 보도했다.
온라인 여론에 대한 통제도 계속되고 있다. CCTV는 당국이 플랫폼 사업자를 불러 부동산 경기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하는 온라인 여론을 단속하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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