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6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하며 미국에 최첨단 제조 혁신 거점을 구축하고, 톱티어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부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005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완성한 이후 20년 만으로 정 회장은 "HMGMA가 전세계 공장 중에서도 중심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앨라배마', 아들 정의선 회장의 'HMGMA'
현대차그룹은 이날 HMGMA 준공식을 개최했다. HMGMA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하는 전략적 생산 기지 역할을 맡는다. 정의선 회장은 HMGMA를 모빌리티의 미래를 현실화하는 핵심 거점으로 키우겠단 포부다.
정 회장은 환영사에서 "HMGMA는 혁신적 제조 역량 이상의 더 중요한 가치를 의미한다"라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모빌리티의 미래이며, 바로 이곳에서 그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 회장의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미국 진출 도전 정신을 잇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현대차 수출이 오히려 증가하는 점을 주목했다. 실제 1998년 9만대 수준이었던 현대차의 미국 수출량은 이듬해 16만5000대로 급증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를 기회라고 판단, 2001년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2005년 문을 연 앨라배마 공장은 당시 쏘나타를 앞세워 단숨에 연 30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현대차의 미국 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핵심 역할을 했다.
정 명예회장의 앨라배마 공장이 미국 시장 공략의 밑거름이 됐다면, 정 회장의 HMGMA는 미래 전기차 산업의 심장을 맡는다.
먼저 HMGMA 준공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2005년 앨라배마 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생산 도전장을 내민 지 20년만에 이룬 성과다. 추가로 향후 20만대를 증설해 120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집결된 HMGMA는 자동화 제조기술과 지능화, 유연화로 제조혁신을 실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이다. 인간 중심적으로 설계된 제조환경 안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로보틱스-사람을 연결해 유연하고 자유로운 협업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구현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를 담았다.

현대차그룹, HMGMA로 '완성차 밸류체인' 완성
정 명예회장이 시작한 미국 현지화 전략이 정 회장 시대에 이르러 '완성차 밸류체인'으로 진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HMGMA 부지 내에는 프레스-차체-도장-의장라인으로 이어지는 완성차 생산공장뿐 아닌 차량 핵심부품 계열사 및 배터리셀 합작 공장도 위치해 있으며, HMGMA에 부품을 공급하는 인근의 국내 협력사까지 연계 '첨단 미래차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등 4개 계열사가 HMGMA 부지 내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연간 30만 대의 배터리 시스템 및 부품 모듈을 생산해 HMGMA로 공급한다.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생산거점 가운데 최대 규모다.
배터리 시스템은 배터리팩,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등으로 구성된 전기차 핵심 부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부지 내 통합물류센터와 출고 전 완성차 관리센터를 운영한다. 자율비행 드론이 부품 재고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수요 기반 데이터를 통해 부품 수량을 예측함으로써, 적기에 HMGMA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부지 내 조지아 스틸 서비스 센터(SSC)에서 경량화와 충돌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초고강도강 소재의 자동차용 강판을 가공해 HMGMA에 공급한다. 현재, 연간 자동차 20만 대분의 강판 공급이 가능하며, 향후 40만대분까지 공급 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현대트랜시스는 탑승자의 신체와 가장 많이 닿으며 자동차 상품성을 결정짓는 주요 부품인 시트와 이를 지지하는 시트 프레임을 HMGMA에 조달한다. 연간 42만 대의 자동차에 고품질 시트 공급이 가능하다.
연산 30GWh 규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셀 공장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부지 내 건설 중이다. 약 36만대의 아이오닉 5에 배터리 공급이 가능한 규모다.

정의선 "HMGMA, 전세계 공장의 중심 될 것"
정의선 회장은 HMGMA 준공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전략과 생산 계획도 직접 밝혔다.
정 회장은 HMGMA에 대해 "2019년부터 준비했는데 중간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빠르게 잘 지어진 것 같다"며 "아이오닉 5와 9, 기아 전기차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하이브리드 차량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며 "(HMGMA는) 전 세계 공장 중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에서 개발한 기술들을 여기서도 적용해 더 좋은 품질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정책과 관련해선 "저희는 일개 기업이기 때문에 관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4월 2일 관세 발표 이후 개별 기업으로도 계속 협상을 해나가고 또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시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자리에 동석한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향후 HMGMA 50만대 생산 계획과 관련해 "일단 타임라인 1기 계획인 30만대까진 준비를 마친 단계"라며 "현재 8개 차종 생산 운영을 할 준비가 됐고, 여러 가지 시장 변화와 고객의 니즈 등에 따라 20만대 증설 및 (생산)차종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 대응에 대해선 "시장에 대한 파이는 계속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기아와 함께 11% 정도 마켓 셰어를 하고 있으나 증량과 더불어 시장에서의 위치 확보를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HMGMA서 생산되는 물량의 40%는 기아 차종이 될 것"이라며 "첫번째 차가 투입되는 시점은 내년 중반 정도이며, 어떤 차를 투입할 것인지는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이어 "전기차보다는 미국 쪽 수요가 하이브리드로 몰리고 있어 첫번째 차량은 하이브리드로 생각하고 있다. 조지아 공장에서 EV 6와9을 만들고 있어 HMGMA에서는 하이브리드를 먼저 투입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