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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화요일 밤 10시 KBS1 ‘시사기획창’은 영호남 지역감정에 대해 집중 조명한 ‘지역감정 50년’을 방송한다.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는 호남이 연고인 기아 타이거즈와 대구 경북을 연고지로 하는 삼성 라이온즈가 31년 만에 맞붙었다. 1980년대만 해도 경기에 지자 화가 난 팬들이 상대 팀 선수단 버스를 불태우는 일이 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런 격렬한 충돌 없이 각자 팀을 열심히 응원한다. 그러나 인터넷 중계 응원 댓글창을 보면 여전히 서로 지역을 비하하는 등 공격하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선거 때만 되면 영남과 호남은 특정 정당을 주로 지지하며 뚜렷하게 갈라서는 경우가 많다.
1963년 5대 대선 때만 하더라도 박정희 후보는 영호남 모두에서 지지를 얻으며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1971년 7대 대선에서 영호남은 다른 선택을 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모처럼 직선제가 부활한 뒤에도 이런 구도는 계속됐고, 3년 뒤 이른바 ‘3당 합당’을 거친 뒤 더 확고해졌다. ‘시사기획 창’은 ‘3당 합당’ 이후 1992년부터 치러진 16번의 총선과 대선에서 영호남 두 지역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분석해 봤다. 현재 국민의힘 계열과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은 주요 지지 지역에서 꾸준히 압도적인 표를 얻었을까?
영호남 대립 구도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시사기획 창’은 전국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약 80%는 “영호남 지역갈등이 우리나라 발전을 저해한다”고 답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치인의 선거운동’이란 답이 가장 많았다. 1998년 비슷한 조사에서는 ‘정부의 경제 정책’이란 답이 가장 많았고, 2003년과 2016년엔 ‘지역 주민의 의식’ 때문이란 응답이 1위였는데 변화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두 거대 정당이 정책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서 차별이나 편견을 재생산하면서 손쉽게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현재 영호남에 살고 있는 20~40대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들 4명을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에 불러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이들은 현재 직접적으로 지역 갈등을 체감하긴 어렵지만 과거 기억이나 인터넷 댓글 등에서 아직도 거리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라는 어르신들의 권유가 이어진다고 털어놨다. 비밀 선거 원칙에 따라 연령에 따른 각 정당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시사기획 창’은 표본이 가장 많은 지상파 3사의 출구 조사를 통해 2012년부터 치러진 6번의 총선과 대선에서 드러난 영호남 2040의 표심을 분석해 봤다. 이들은 과연 기성세대와 다른 선택을 했을까?
영호남 2040 청년들은 이젠 지역 갈등보다는 지역 소멸이 걱정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두 거대 정당이 손쉬운 지역 동원 전략을 펴면서 독점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역 소멸뿐만 아니라, 양극화,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 중요한 사회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권자 탓만 할 게 아니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양당이 열세 지역에서 정치적 기반을 만들고 꾸준히 후보를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등 다양한 선거 제도 개편을 통해서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