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찾아가 “일진 다 끌고 와”…탐정 푼 엄마의 ‘학폭 복수’

2025-01-13

학교폭력 피해 학생 부모들이 흥신소를 찾고 있다.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 측이 중재자가 되기보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실정에 사적 제재에 의지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 부모가 교무실을 찾아오면 “누구 벌주는 기관이 아니지 않느냐”는 말로 무리하게 양측의 화해를 권하곤 한다. 설령 학폭에 대한 사안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가해·피해 학생 구도가 통상 다(多) 대 일인 점을 고려하면 일방에 치우쳐진 보고서 내용으로 진상은 가려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기도 한다. 이러한 학교 측의 무감각은 때로 최악의 사태를 불러온다. 지난 5월 충남 천안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은 “학교폭력방지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 측의 묵살로 끝내 유서를 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선생님께 학폭 피해를 말씀드렸지만 돌아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김진아(가명·16)양이 흥신소장 김모(31)씨에게 털어놨다. 앞서 김양의 모친은 자기 딸이 올해 서울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6개월간 집단따돌림을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김씨에게 연락을 걸어왔다. 예전의 활달한 모습이라곤 온데간데없이 말수가 줄었고, 학교생활을 물으면 짜증을 내는 모습에 의아했으나 누구나 겪는 한때의 시기일 것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10월 초, 잘 다니던 학원을 관두겠다고 했을 때 딸이 학폭 피해자임을 알게 됐다. 딸을 괴롭히는 소위 ‘일진 무리’가 학원에 다니는 다른 학생을 통해 김양이 왕따라고 소문냈다는 얘기였다. “학원은 우리 딸이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다른 학교 친구가 있는 안식처였다. 그마저 빼앗겨버리니 일상이 완전히 무너진 거였다.” 김양의 모친은 자기 딸에게 다음 날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워 잠들기 전까지 눈꺼풀을 꼬집는 습관이 있는 것도 그때 알았다.

24시간 내내 이어지는 학교폭력

김양은 학기 초부터 같은 반 일진 무리에게 찍혔다. 일진 무리의 다른 반 친구에게 체육복을 빌려주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한 번 빌려줬는데 너무 험하게 써서 흙먼지가 묻은 데다 옷깃에는 틴트를 닦아낸 흔적도 있었다. 매번 교복과 체육복을 세탁하는 엄마 생각이 나서 거절했는데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김양의 회고다.

일진 무리는 김양을 반의 조롱거리로 전락시키면서 주변 친구들로부터 그녀가 배제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일례로 국어시간에서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 용모가 얼금뱅이(곰보)라는 대목을 교사가 설명할 때였는데 갑자기 손을 들어 “진아 얼굴요?”라고 외치는 식이었다. 그러면 다른 학생들의 웃음이 뒤따랐다. 김양의 얼굴에선 피부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교실에서 그런 사실은 중요치 않다. 일진 무리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는 말도 할 수 없고 학생 노릇도 할 수 없다. 모두가 외면하는 사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롱하고, 심부름을 시키고, 반항하지 못하게 겁박하는 일은 당연해진다.

그들은 김양에게 매점 심부름을 시켰다. 거절하면 욕설과 손찌검이 날아들었다. 화장실로 끌고 가 김양의 머리채를 부여잡아 무릎을 꿇게 하기도 했다. 일진 무리와 어울리는 남학생들도 가담했다. 그들은 김양이 자리를 비운 사이 김양의 사물함에 우유 테러를 가하거나, 책상을 뒤집어 속 안의 내용물을 바닥에 어질러놨다. 어느 날은 “화장을 알려주겠다”며 얼굴에 이상하게 떡칠한 뒤 사진을 찍어댔다. 지우지도 못하게 해서 그대로 수업을 맞았더니 교사에게 되레 혼나기만 했다.

“종례를 마치고 담임교사에게 피해를 호소했지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라며 따지듯이 제게 해결책을 물었다.” 김양에 따르면 그날 오후 학급 전용 카카오톡 단체방(카톡방)에서 교사는 대뜸 “우리 반에는 학폭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자 일진 무리는 새 카톡방을 개설해 김양을 초대하더니 “내일은 진아 맞는 날^^”이라고 글을 올렸다. 카톡방을 나가자 다시 초대하고는 ‘죽고 싶냐’면서 이른바 ‘카톡지옥’을 일삼았다.

김양의 모친은 학교를 찾아가 교감과 대면한 자리에서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조사해볼 테니 일단 기다려 보시지요”라는 말을 들은 지 한 달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김양이 교사에게 학폭을 알렸다는 이유로 학폭의 수위만 더 심해졌다. 차라리 전학을 보냈으면 하지만 10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보험사 일로 생계를 책임지는 모친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갈 형편이 되지 않는다.

“올해만 넘기면 학급이 해체되고 새로 편성되지 않나. 학교도 이런 사실이 외부에 공개돼서 좋을 것도 없고 그저 피해 학생이 버텨주기만을 기다리는 것.” 김씨가 말한다. 그는 학폭 가해를 멈추게 해달라는 김양 모친의 의뢰를 수락했다. 단순히 김양의 진술뿐 아니라 카톡방에 남은 폭력적인 언사와 김양이 과거 촬영해둔 신체의 멍 자국 등을 확인한 뒤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김양에게는 핸드폰 녹음기를 종일 켜둬서 학폭에 대한 증거를 남겨두라고 했다.

이날 김씨가 확인한 같은 반의 가해 학생은 총 4명이다. 김씨는 지역 내 20대 초반 조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가해 학생 4명에 대한 수소문을 부탁했다. 이윽고 해당 고등학교 출신의 21세 남성에게 전화가 걸려와, “걔들은 일진 무리가 맞다. 3학년 후배에게 물어보니 꽤 예쁨받는 후배들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11월 중순, 김씨는 조그마한 진흙 화분을 들고 김양이 다니는 학교 근처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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