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봄

2025-02-09

박상섭 편집위원

봄은 어떻게 찾아올까.

가수 박인희는 1974년에 봄은 이렇게 찾아온다고 노래했다.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 넘어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 옷 입고 분홍 신 갈아 신고….//

조붓하다는 말은 조금 좁을 듯하다는 뜻을 지닌 우리말이다.

그러니 봄은 4차로나 6차로 등 큰 길로 오는 게 아니라 좁은 길로 온다는 얘기다.

장수처럼 위풍당당하게 오는 게 아니라 수줍은 색시처럼 조신한 모습으로 온다는 얘기다.

그리고 봄은 서울 용산과 같은 도심지가 아닌 들 넘어 뽀얀 논밭으로 온다.

또한 서울구치소가 아닌 서민들의 생활 터인 전국 오일장 꽃시장부터 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지랑이가 사람들의 옆구리를 툭툭치며 얘기한다.

“봄이 오고 있어.”

봄의 색깔은 하양과 분홍인가 보다.

그러니 봄과 같은 색깔인 하얀 새 옷과 분홍색 신발을 신고 봄을 맞이해야 제격이다.

▲박인희에 앞서 1973년 가수 장미화는 ‘봄이 오면’을 통해 따뜻한 봄날의 설렘을 노래했다.

‘그 추웠던 겨울은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내 님도 나를 찾겠지/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따뜻한 봄이 오면 그 님도 나를 찾겠지/ 헬로아 헬로아 꽃들은 헬로아 헬로아 어디에/ 헬로아 헬로아 봄날은 헬로아 헬로아 우리들에게/ 흠마흠마흠마 흠마흠마흠마흠마흠마흠마흠마예…’

박인희의 봄이 새색시라면 장미화의 봄은 명랑소녀 같다.

▲이처럼 사는 게 어려웠던 1970년대에도 분홍색과 명랑소녀 같은 봄을 기다렸다.

그런데 지금 봄을 맞이하기가 참 어렵다.

2·3 입춘 한파’는 잦아들었지만 이보다 앞서 발생한‘12·3 계엄 한파’는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서도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21세기에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한 마디 못하는가. 상남자가 아니다.

봄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은 이상화의 詩-‘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생각난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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