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개버무리

2024-10-22

꽃 이야기- 백 열아홉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쑥버무리가 아니고 ‘개버무리’다. 이름만 들어서는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꽃과 타고 올라가는 곁의 나무, 잎과 줄기가 엉켜있어 버무리라는 이름을 얻은 것까지는 생각이 따라간다. ‘개’자는 어떻게 붙었을까? 어떤 모습이나 성질을 보고 붙였을까?

남쪽에서는 강원도와 충청북도 일부에 살고 있다. 햇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나 냇가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하늘을 향해 살짝 꼬부라진, 노란 네 장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인다. 그 꽃받침이 떨어지면 기다랗게 깃털처럼 생긴 씨앗들이 하얗게 머리를 풀어헤친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사위질빵이나 할미밀망, 요강나물과 종덩굴들, 조희풀들이 같은 모양의 씨앗을 맺는 으아리과 식구들이다. 개버무리는 나무다. 얼른 수긍이 되지는 않지만…

첫만남이 떠오른다. 타고 올라갈 것 없는 냇가에서 돌들을 베개삼아 누워 엉켜있는 꽃 한무더기를 만났다. 어떤 이가 “개버무리네”라고 하길래 이름을 듣고는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지나쳤다. 이리 이쁜 줄 몰랐다.

이름이 생긴 모습과 딱 맞아 떨어지면 더 말할 나위 없이 깔끔하겠으나 모양이나 빛깔이 이쁘다고 이름까지 고와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버무리’는 엉뚱하다.

저작권자 © 건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