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비누 삼킨 파킨슨병 수용인 방치한 구치소···인권위 “인권침해”

2024-10-23

세탁비누를 삼킨 수용인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구치소의 미흡한 조치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파킨슨병으로 의사 표현이 어려운 수용자가 세탁비누를 삼킨 것을 인지하고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은 A구치소의 대응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사건의 진정인은 구속 상태로 수사·재판을 받기 위해 A구치소에 입소했던 수용인 B씨의 아들로, 진정인은 A구치소의 관리 소홀 및 의료조치 미흡으로 아버지가 뇌사상태로 출소,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구속 상태로 수사·재판을 받기 위해 A구치소에 입소한 B씨는 구치소 내 화장실에서 세탁비누를 삼킨 후 독거실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B씨를 발견한 근무자는 세탁비누를 빼앗은 후 다음 교대 근무자에게 B씨가 세탁비누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순찰 중인 근무자가 침대 위에서 구토하는 B씨를 발견해 심폐소생술을 한 뒤 병원 응급실로 옮겼지만 B씨는 사망했다. 세탁비누를 삼킨 후 침대에 누워 구토하다 토사물이 기도를 막았고, 저산소성 뇌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구치소 측이 B씨가 세탁비누를 먹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즉시 의료과로 보내 진료를 받게 해야 했다고 봤다. 의료과에서 B씨의 경과를 살폈다면 구토시 올바른 자세를 취하게 해 기도를 막지 않았을 것이고 위급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다. 구치소 측이 B씨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인권위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피해자가 세탁비누라는 알칼리성이 강한 이물질을 섭취했을 경우 즉시 의료과로 옮겨 피해자에 대한 진료 및 경과 관찰을 해야 했고,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피해자에게 발생했던 저산소성 뇌사를 방지할 수 있어 생명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했다.

인권위는 A구치소 소장에게 의사 표현이 곤란한 수용인의 동정을 자세히 관찰·기록하고, 이물질 섭취나 자해 등 신체 훼손이 예상되거나 이뤄지면 의료과에서 즉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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