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변호사 “상가권리금 분쟁, ‘계약서 증거’가 마지막 방패다”

2025-04-01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지난해 상가를 5년 넘게 운영해온 임차인 박 모 씨는 임대차가 끝나갈 무렵, 수소문 끝에 신규 임차인을 어렵게 구했다.

그러나 임대인은 “당분간 내가 직접 영업을 할 테니 다른 임차인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박 씨는 권리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한 채 가게를 비워야 했다.

권리금계약서 등 증거를 전혀 마련해 두지 않은 탓에 법적 대응조차 쉽지 않았던 이 사건은, 우리 상가 임대차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타까운 사례 중 하나다.

“권리금 분쟁, 먼저 증거부터 확보하라”

엄정숙 변호사(법도 법률사무소 대표)는 “상가 권리금 분쟁은 대부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부해 발생한다”며 “임차인은 결국 권리금을 받지 못하고 나가는 상황에 내몰리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2015년 개정되면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가 어느 정도 보호받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법률이 보장하는 만큼 임차인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엄 변호사의 설명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신규 임차인과 맺은 권리금계약서’가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다.

수년간 영업하며 쌓아온 무형자산—단골 고객, 상권에서의 신뢰도, 인테리어 등—이 권리금으로 환산되기 때문에, 구두로만 주고받다가 임대인이 갑자기 “내가 하겠다”, “지인을 들이겠다” 하고 나오면 임차인은 반박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확정적으로 거부했다면, 주선 의무가 없다고?”

물론 예외적인 상황도 있다. 대법원에서는 임대인이 이미 ‘확정적으로 거부의사’를 표시해 임차인의 권리금 주선 노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경우, 임차인에게 더 이상 ‘신규 임차인 주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즉, 임대인이 “누구도 받을 마음이 없다”는 식으로 최종적으로 선을 긋는다면, 임차인이 굳이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하고 주선을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임대인이 처음에는 거부 의사를 강하게 표했다가도 입장을 바꾸는 사례가 많다. 혹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시간을 끌면서 신규 임차인 입점을 사실상 무산시키고, 그 결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임차인 입장에서는 주선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신규 임차인과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해 두고 이를 임대인에게 공식적으로 알리는 편이 안전하다.

설령 임대인이 끝까지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더라도, 임차인이 적극적으로 주선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은 향후 손해배상 청구 시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한 계약서가 분쟁 막는다”

이처럼 권리금은 임차인이 오랜 기간 쌓아온 영업 기반을 보호하는 핵심 장치이지만, “증거”가 없으면 법원에서도 이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임대차 만료가 임박했다면, (1) 임대인에게 직접 의사를 확인하고, (2) 가능한 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며, (3)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해두는 과정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 뒤 임대인에게 ‘이러한 계약서를 근거로, 신규 임차인을 받아줄 것’을 분명히 요구하고, 이를 내용증명이나 문서로 남겨야만 불필요한 혼선을 줄일 수 있다.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법률 대응 전략을 세워 놓는 것이 현명하다.

임대인과 갈등이 커질수록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은 결국 임차인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엄정숙 변호사는 “임대인이 아주 확실하게 ‘나는 절대 다른 임차인을 받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면, 예외적으로 권리금계약서가 불필요할 수도 있다”면서도 “실무에서는 그렇게 확정적 거부인지조차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임대인이 언제든 입장을 번복할 수 있는 만큼 처음부터 ‘권리금 계약서 작성’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쪽이 분쟁을 막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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