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권 시대: "디지털 세계의 갈라파고스, 네이버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까?"

2025-01-03

중국의 만리방화벽(GFW)에서 배우는 교훈

디지털 주권 보호주의가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할수도

갈라파고스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인 네이버의 독특한 위치

[디지털포스트(PC사랑)= 제이]

한국의 '갈라파고스' 디지털 생태계, 혁신의 숨은 기회"

인공지능과 디지털 주권이 글로벌 담론의 중심에 선 오늘날, 디지털 생태계의 개방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는 뜨거운 논쟁 거리다. 한때 세계 무대를 향해 무한한 개방성을 가지는 것이 진보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틱톡 사용을 금지하고, 일본 또한 국가 안보 차원에서 네이버 라인(LINE)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는 등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형성된 디지털 생태계가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깊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디지털 서비스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는 AI를 장착한 글로벌 업체의 한국 진출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고사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MIT의 지에 저우(Jie Zhou)가 발표한 혁신적인 연구 "Firewall for Innovation"은 한국의 독특한 디지털 환경, 즉 일종의 "갈라파고스" 생태계가 잠재된 기회를 품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아직 충분히 검증된 이론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이 이루어낸 반도체 발전 사례에 비추어본다면 충분히 검토할 만한 관점을 제시한다.

중국의 만리방화벽(GFW)에서 배우는 교훈

지에 저우의 연구는 주로 검열 도구로 인식되는 중국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이 중국 자국 내 혁신을 촉진했는지 다루고 있다. 외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면서, GFW는 중국 개발자들이 자체적으로 국내 대안을 만들도록 유도했고, 이로 인해 혁신을 촉진하며 강력한 로컬 앱 생태계를 조성했다. Zhou의 연구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주요 변화를 강조한다.

1. 사용자 기반 확장

외국 경쟁자가 차단되면서 국내 앱은 경쟁 없이 빠르게 국내 사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 앱은 초기 단계부터 광범위한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어, 서비스를 개선하고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는 데 유리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위챗(WeChat)은 미국의 WhatsApp이 차단된 틈을 타 빠르게 성장해 현재는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다양한 생활 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2. 내부 기술 개발

글로벌 솔루션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면, 기업들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R&D 투자 증가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독창적인 기술 개발을 촉진한다. 중국의 사례를 보면, Googledl 검색 엔진 분야에서 차단되자 Baidu가 대안으로 자리 잡으며, 자국 내 사용자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검색 기술을 개발했다.

3. 데이터 활용 강화

​독점적인 사용자 기반은 기업에게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예측 기술을 가능하게 하고, 기업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는다. 중국의 Alibaba와 Tencent는 각각 전자상거래와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활용하여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4. 국제 기술 채택

외국의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학습하면서도, 이를 국내 환경에 맞게 변형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중국의 TikTok은 글로벌 기술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학습한 뒤, 이를 중국의 문화적 요소와 결합하여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다. 이처럼 국제 기술을 현지화하면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5. 모방에서 혁신으로 전환

초기에는 외국 모델을 모방하는 데 그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창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단계로 진화한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초기에는 iPhone을 모방하는 데 그쳤지만, 현재는 화웨이와 샤오미처럼 독창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디지털 주권 보호주의가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

위의 다섯 가지 요소는 폐쇄적인 환경에서 어떻게 혁신이 촉진되고 장기적으로 기술 생태계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통찰을 한국의 상황에 적용하면, 네이버와 같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데 중요한 전략적 방향성을 제공할 수 있다.

지에 저우의 연구는 이러한 보호주의 조치가 초기에는 비경제적인 이유(정치적 안정 등)로 시행되었더라도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음을 결론짓는다.

지에 저우의 통찰을 한국 디지털 생태계에 적용하기

한국의 디지털 환경은 자국 플랫폼과 서비스로 정의된다. Google이나 Facebook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과 달리, 한국 사용자들은 주로 네이버, 카카오, 국내 커뮤니티 포럼과 같은 자국 플랫폼에 의존한다. 종종 폐쇄적이고 내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 닫힌 생태계는 Zhou의 연구를 통해 보면, 오히려 상당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갈라파고스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인 네이버의 독특한 위치

한국의 대표 포털 네이버는 이러한 "갈라파고스"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다. 검색 엔진, 블로그, 전자상거래, 심지어 AI 연구까지 아우르는 네이버는 한국 디지털 주권 내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Zhou의 연구는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으로부터의 격리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1) 현지화된 AI 개발: 중국 앱들이 현지 사용자 요구에 적응한 것처럼, 네이버의 AI 모델은 한국어 처리와 문화적 특성에 특화될 수 있어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자를 능가하는 도구를 창출할 수 있다.

(2) 데이터 독점의 촉매 역할: 네이버가 국내 사용자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고 사용자 행동을 더 정확히 예측하며 뛰어난 현지화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3) 국경을 넘는 혁신: "모방에서 혁신으로"라는 Zhou의 발견은 특히 유효하다. 네이버는 초기에는 글로벌 AI 방법론을 채택하고 이를 개선하여 언어적, 문화적으로 고립된 다른 시장에 맞춘 수출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4) 새로운 수익원: 소상공인을 위한 챗봇 지원부터 고급 추천 알고리즘까지 국내 AI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면 네이버는 현지 우위를 활용하여 전문성을 수익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바이두와 텐센트가 지역적 우위를 활용해 성장한 것과 유사하다.

한국 인터넷 생태계의 도전과 기회

지에 저우의 연구는 폐쇄 생태계의 이점을 강조하지만, 한국의 디지털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부족에서 오는 정체나 정부 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위험을 해결해야 한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단계가 필요하다.

· 상호운용성 촉진: 국내 플랫폼과 글로벌 표준 간의 호환성을 보장하여 디지털 주권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 파트너십을 유치.

​· R&D 강화: 최첨단 연구에 대한 투자가 한국 기업들을 글로벌 트렌드보다 앞서게 하고, 현지 이점을 수출 가능한 기술로 전환.

· 스타트업 지원: 틈새 혁신에 초점을 맞춘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네이버와 같은 대기업을 보완하며 생태계 내 다양한 성장을 촉진.

만리방화벽이 주는 AI 주권 시대를 위한 시사점

지에 저우의 통찰은 한국을 넘어 다른 국가에도 공명한다. 특히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AI 개발에 대한 글로벌 긴장이 심화됨에 따라, 국가들은 점점 더 내적으로 디지털 경제의 회복력과 자립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독특한 "갈라파고스" 디지털 생태계를 가진 한국은 이를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중국의 만리방화벽(GFC)에서 얻은 교훈은 올바른 전략을 통해 고립이 혁신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주권 시대의 역설

글로벌 협력이 기술 발전을 이끄는 한편, 전략적 고립은 독창적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한국 디지털 생태계와 네이버와 같은 지배적인 기업들에게 지에 저우의 연구는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 점점 더 분열되는 디지털 세계에서 번영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공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서비스의 압박 속에서 새로운 혁신 서비스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지칠 줄 모르는 혁신과 도전 정신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해야만, 그만큼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갈라파고스" 정체성을 수용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이 제한된 환경을 전례 없는 경쟁 우위로 탈바꿈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 포스팅은 최한수 교수(경북대 경제통상학부)의 페이스북 포스팅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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