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현이를 중간에 쓸 상황도 아니고…” 말 바꾼 이숭용 감독의 역대급 오판

2024-10-01

KT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홈런을 내준 후 아쉬워하는 SSG 김광현 (사진 = 연합뉴스)

“저희는 (김)광현이나 앤더슨을 중간에 올릴 상황도 아니고….”

SSG 이숭용 감독이 어제(1일) 경기 전 직접 밝힌 타이브레이커 투수 운용 방침이다.

선발 엘리아스를 기본적으로 믿되, 경기가 유리한 방향으로 풀릴 경우 필승조 노경은과 조병현의 투입 타이밍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복안이었다. 8회 초, 최정이 KT의 핵심 카드 고영표를 무너뜨리면서 SSG의 그림이 계획대로 완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8회 말, 예상과 달리 마무리 투수 조병현 대신 김광현이 마운드에 오른 뒤 상황은 급변했다.

노아웃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대타 오재일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다. 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를 상대로 137km/h의 체인지업을 던지다 그대로 역전 석 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공이 방망이에 닿는 순간, 김광현 본인도 홈런을 직감하고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타이브레이커 경기 승리 후 KBS와 인터뷰 중인 KT 멜 로하스 주니어 (촬영 = KBS 김용모 기자)

경기 후 로하스는 KBS와 인터뷰에서 “경기 전, KK(김광현)가 불펜에서 대기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SSG의 투수 운용이 그렇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KT 역시 김광현의 깜짝 등판 가능성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결정적으로 김광현의 구위가 이숭용 감독의 작전을 수행할 만큼 위력적이지 못하기도 했다. 주무기 슬라이더가 좌타자 오재일에게 통하지 않았고, 로하스를 상대로는 초구 패스트볼이 원바운드 볼로 들어갈 만큼 투구 감각도 좋지 못했다. 빠른 볼 최고 구속도 145km/h에 불과했다.

결국 이숭용 감독의 ‘김광현 연막 작전’은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지도, 압박하지도 못하는 카드였다. 오히려 마무리 조병현의 투입 타이밍을 놓쳐 활용조차 못 하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타이브레이커 경기 패배 후 수백 명의 SSG 팬들이 구단 버스 앞에서 “이숭용 나가!”를 외쳤다

추신수의 9회 대타 투입도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 전 “연습 배팅 때 보니, 추신수가 나아진 거 같다”며 “추신수 본인은 저에게 ‘속지 말라’고 하지만, 혼자서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이숭용 감독은 결국 9회 초 마지막 반격 기회에서 추신수를 타석에 내보냈다. 라인업 카드엔 신범수, 박지환 등 다른 대타 카드도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떨어진 경기 감각 속에 추신수는 KT 마무리 박영현의 빠른 공에 무릎까지 꿇어가며 버텼지만,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추신수의 선수 인생과 SSG의 2024시즌에 사실상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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