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에 김장은 처음? 명인 손맛, Ctrl+V! 박기순 명인의 ‘인생 김치’ 꿀팁

2025-12-05

지난달 21일 광주광역시 김치타운에서 만난 박기순 명인(사진)은 평소 집에서 먹는다는 김치를 가져와 맛을 보여줬다. 삶은 단호박을 갈아넣어 담근 뒤 2주쯤 되었다는 국물 자작한 백김치는 한정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상큼하고 달큼했다. 알뿌리가 튼실한 쪽파를 지난해 여름 소금에 절여뒀다가 담근 파김치, 약선음식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숙성된 고들빼기김치는 절로 쌀밥을 불렀다. 2010년 광주세계김치축제에서 꽃게보쌈김치로 대통령상을 받은 박 명인은 47세에 대학에 들어가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김치라는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김치 양념의 황금 염도 1.9%를 찾은 것도 이런 노력에서 비롯된 결과다. 한 시간 남짓 김치 수업을 듣는 동안 박 명인은 숨을 쉬듯 해박한 김치 정보를 쏟아냈다.

1. 배추, 얼마나 절일까

요즘처럼 배추가 두꺼워져 맛이 올랐다면 소금물에 12시간 이상 절이면 된다. 여름 배추는 높은 기온에 물러지기 쉽고 맛이 없다고들 하는데, 여름에 키워도 단단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배추가 개발되고 있다. 지난 농업박람회에서 맛을 봤는데 아주 괜찮았다.

2. 육수, 무엇으로 만들까

보통 다시마, 양파, 무, 대파, 디포리(밴댕이), 황태머리 등을 끓여서 육수를 낸다. 과정이 번거롭다면 시판 코인 육수를 써도 된다.

3. 김칫소 재료, 몇 가지나 넣을까

김치에는 무조건 11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간다. 김치에는 그 하나하나의 재료가 들어가 22가지 이상의 건강 효능을 낸다고 해서 김치의날이 11월22일이다. 김치 양념은 섞어서 바로 버무리기보다는 2시간 정도 숙성했다가 쓰는 게 좋다.

4. 간 마늘 변색, 어떻게 막을까

마늘을 미리 빻아놓으면 공기와 맞닿아 파랗게 변색하는 경우가 있다. 양배추를 조금 섞어서 갈면 오래 두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 물론 변색해도 먹는 데 문제는 없다.

5. 발효를 돕는 찹쌀풀, 어떻게 만들까

찹쌀풀은 쌀로 만들 수도 있고, 가루로도 갤 수 있다. 밥으로 해도 된다. 젓갈을 만나면 금세 삭아서 쌀 알갱이 입자가 곧 없어진다.

6. 김치용 꽃게, 어떤 걸 쓸까

5월에는 암게, 요즘은 수게를 쓴다. 5월에 잡아서 급랭한 암게를 써도 된다. 생꽃게보다 냉동 후 살짝 해동한 게가 살을 발라내기는 수월하다.

7. 설탕 대신 과일, 넣어도 될까

과일을 비롯해 매실청, 물엿, 홍시, 단호박 등 넣어서 안 되는 건 없다. 단 과일을 넣으면 김치가 빨리 익으니 적정량을 지켜야 한다.

8. 고춧가루, 어느 정도 굵기를 쓸까

고춧가루 입자 측정 단위를 메시(mesh)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김치를 담글 때는 입자가 큰 9~10메시 고춧가루를 쓴다. 그보다 가는 고춧가루는 고추장을 담글 때 많이 쓴다.

9. 갓, 꼭 넣어야 할까

김칫소에 보통 무, 미나리, 갓을 넣는데 갓은 방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백김치나 물김치를 담글 때는 붉은색을 내는 홍갓을 넣기도 한다. 주로 겨울에 많이 쓴다.

10. 젓갈, 어떤 것을 써야 할까

6월에 잡은 통통한 새우로 만든 육젓을 최고로 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저렴한 오젓을 쓰는 경우가 많다. 새우젓 판매장에 가면 숙성된 육젓이 있다. 숙성되어 맛은 좋은데, 가격은 일반 육젓에 비해 저렴하니 문의해보는 게 좋다.

11. 양념 재료, 섞는 순서가 있을까

양념 을 곱게 내기 위해 먼저 고춧가루에 육수를 부어서 호화시키기도 한다. 고추를 거칠게 갈아서 쓰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큰 입자라도 숙성 과정에서 사라지니 괜찮다. 고춧가루가 호화되면 갈아둔 향신채, 젓갈 순으로 넣고 기호에 따라 동태나 오징어, 갈치, 민물 새우 등의 해산물이나 고기류를 추가하면 된다.

12. 어떻게 하면 잘 버무릴 수 있을까

김칫소는 두툼한 줄기 안쪽으로 넣고 이파리에는 손(장갑)에 묻은 양념만 바른다는 생각으로 버무리면 된다. 잎에는 그리 많이 묻힐 필요가 없다. 양념이 많이 묻으면 짤 수 있다. 배추가 덜 절여졌다 싶을 때는 줄기 부분에 양념을 더 바른다. 보통 배추 1㎏에 김칫소 300g 정도를 버무리면 된다.

13. 언제 냉장고에 넣을까

일단 하루 정도 밖에 뒀다가 숙성이 시작됐는지 냄새로 확인할 수도 있지만, 손으로 눌러봐도 알 수 있다. 김치를 눌렀을 때 흥건하게 국물이 쑥 올라온다. 이때 포기를 잘 눌러서 국물이 자박자박한 상태로 냉장 보관하면 깔끔하게 두고 먹을 수 있다. 2주 정도 지났을 때의 맛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14. 김치 골마지, 어떻게 막을까

하얗게 끼는 골마지를 방지하려면 김치를 꺼내고 난 뒤 움푹 팬 자리를 꼭꼭 눌러서 국물이 김치를 감싸도록 한다. 그럼 훨씬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맛의 변질도 줄일 수 있다. 혹 김치에 흰 골마지가 피었다면 그 부분을 거둬내고 남은 김치는 헹궈 먹어도 된다. 하지만 검은 곰팡이가 피었다면 다 버려야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