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 이동의 자유'까지 규제한 부동산 전체주의

2025-10-20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가장 뿔이 난 사람은 누굴까. 강한 대출 규제로 아파트 마련이 어렵게 된 2030세대? 서울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거지를 정리하고 서울로 건너와야 할 지방 부자? 글쎄, 가장 억울한 이들은 서울 중하급지로 분류되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주민 아닐까. 당초 추가 부동산 규제가 나오면, 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마포·성동·광진구 등 한강벨트가 토지거래허가(토허)구역으로 추가 지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선택은 서울 전 지역 및 경기 12곳 토허제라는 초강력 진압이었다. 특히 서울 외곽지인 노도강, 금관구는 올해 집값 상승이 미미했고, 2021년 전고점에도 못 미쳐 토허제 대상이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서울 상급지가 펄펄 날아갈 때 상대적 박탈감이 커, 이제라도 풍선효과를 내심 기대했던 이들 지역으로선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집값 안정보다 거래만 끊길 토허제

재산권 침해, 거주 이전 제한 초래

정부는 사유재산 통제 최소화해야

반대로 수혜는 누가 볼까. 규제에서 살짝 비켜선 구리·동탄? 오히려 서울 전 지역에 토허제가 걸리면서 그간 묶여 있던 강남 3구와 용산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이런 맛은 처음이지, 니들도 당해 봐’란 거다. 규제 대상이 아닌 강남의 하이엔드 오피스텔이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당초 토허제는 박원순 서울시장 때인 2020년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지자체 허가, 2년 실거주 의무 등 위헌 논란이 컸음에도 당시엔 마이스 사업, 영동대로 등 개발 압력이 높았기에 한시적으로 핀셋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오세훈 시장이 들어서고도 토허제는 해제되지 않았고 이듬해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으로 확대됐다. 오 시장은 올 초 호기롭게 해제했다가 집값 폭등에 한 달 만에 백기를 들기도 했다. 이처럼 강남 부동산 잡겠다며 시작했던 토허제가 1500만 인구의 수도권으로 번지자 “재산권을 침해하는 토허제가 부동산 규제의 디폴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여권은 이재명 대통령의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는다”는 공약처럼 이번엔 세제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것도 착시다. 조정대상지역이 새로 지정되면서 다주택자의 취득세·양도세 중과도 자연히 뒤따른다. “집값 50억원이면 1년에 5000만원(1%) 내야 하는데 버티기 어려울 것”(구윤철 경제부총리)이라는 말처럼 보유세 인상도 공식화되고 있다. 빠르면 내년 초 ‘거래세 인하-보유세 인상’이 유력하다는데, 토허제 등으로 거래 자체를 막아놓고 거래세를 낮춘들 무슨 소용인가. “보유세 폭탄을 흐리려는 꼼수”란 지적이다.

백번 양보해 이런 무리한 규제로 부동산 값을 잡는다면 수긍하겠다. 하지만 그랬던가. 이미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과도한 수요 억제와 징벌적 과세로는 집값 안정은커녕 폭등만 부추겼음을 입증하지 않았나. 토허제는 ‘갭투자’가 불가능한 만큼, 전세 낀 매물도 시장에 나올 수 없어 ‘매물 잠김’을 동시에 유발한다.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거래만 잠근다는 거다. 그렇게 실종된 거래는 해제와 함께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음을 우린 올 초에 목격했다. 일단 시작된 토허제는 외환위기나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초대형 악재 없이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는 것이다.

더 본질적인 해악은 자유의 억압이다. 재산권 침해는 물론 거주 이동의 자유를 제한해서다. 우리가 주택을 바꾸거나 이사를 하는 건 단지 집값 때문이 아니다. 직장·학교에 따라 혹은 가족 구성원이 바뀌어 주택을 키우거나 줄이고 혹은 위치를 옮기는 건 신분제 사회가 아닌 이상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기본적인 권리를 공무원에게 허락받아야 한다면 그게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일까. 부동산을 빌미로 한 국가 권력의 횡포 아닐까. 주택이라는 사유재산을 정부가 함부로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전체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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