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캐릭터 굴기

2025-06-16

“어떻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15일 중국 베이징시 한 대형쇼핑몰에서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한 고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직원은 익숙한 듯 고개를 숙이며 가로저었다. 캐릭터상품을 판매하는 팝마트(Pop Mart) 매장에서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를 사러 온 것이다. 이 직원은 “현재 매장에는 재고가 전혀 없다”면서 “앱을 통해 재고 확인과 구매 예약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고객은 “그래 봤자 몇 초 만에 다 끝나서 예약할 수가 없다”면서 전시용 샘플에 아쉬운 눈빛을 건넨 뒤 발걸음을 돌렸다.

복슬복슬한 털이 달린 토끼 닮은 몸에 커다란 눈과 예리한 이빨을 가진 라부부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홍콩 출신 작가 룽카싱이 북유럽 숲의 요정을 떠올리며 창작한 캐릭터로, 중국 완구기업 팝마트가 수집용 장난감으로 구현해 판매하고 있다. 미국 팝가수 리한나와 그룹 블랙링크 리사 등 유명인들이 연이어 소셜미디어 인증샷을 올리며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정가의 20~30배가 달하는 웃돈도 붙는다. 세계에서 단 한 점뿐인 높이 131㎝의 한정판 라부부 피겨는 최근 베이징 한 경매에서 2억원 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15년 전 베이징에 1호 매장을 열었던 팝마트는 시가총액 50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70% 증가했는데, 해외 매출이 480%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 9배, 유럽에서 6배 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65%에 달하는 해외시장 마진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실용성과 효율성이 아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 소비 감성을 제대로 자극한 결과다.

라부부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미국의 디즈니, 일본의 헬로키티로 대표되는 캐릭터 산업에서 그간 ‘짝퉁’과 ‘베끼기’ 이미지가 덧씌워졌던 중국이 일으킨 돌풍의 상징이다. 이미 게임에선 ‘우궁(오공)’, 애니메이션에선 ‘너자(나타)’로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에 알렸다. 14억 인구와 애국주의 덕분이라고 낮춰 평가하기도 어렵다.

K팝과 K콘텐트로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아온 문화강국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 글로벌 시장을 조준하던 카카오와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끈 라인이 띄웠던 캐릭터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뽀로로와 아기상어, 티니핑 등 아동용 캐릭터를 넘어 청·장년층 등 전 세대를 아우를 K캐릭터의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도성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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