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세대> 저자가 ‘16세 미만 SNS 금지’를 주장한 이유는?

2025-01-16

‘교내 스마트폰 사용, 더 나아가 아동·청소년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허용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최근 국제사회를 달구는 화두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틱톡, 인스타그램, 엑스(옛 트위터), 페이스북, 스냅챗 등 주요 SNS 플랫폼에서 계정을 만들지 못하도록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유럽과 미국, 인도네시아도 청소년 SNS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이 논쟁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학교장과 교원의 허가 없이 학생은 휴대전화, 태블릿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법안(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안은 아직 국회에 묶여 있다.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및 SNS 중독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학교 교수는 ‘고등학교 진학 전 스마트폰 사용 금지’ ‘16세 미만은 SNS 금지’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주장하는 저서 <불안 세대>를 지난해 출간해 화제가 됐다.

하이트 교수는 책에서 “부모가 현실 세계에선 자녀를 과잉 보호하면서 자녀가 가상 세계에 빠지는 건 과소 보호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하이트 교수와 화상으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디지털 플랫폼과 학생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2014·2015년에 (뉴욕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그 전에 본 학생들과는 매우 달랐다. 훨씬 더 불안해했고 취약했다. 서구권에선 1996년과 그 이후에 태어난 학생들의 불안, 우울증, 자해 비율이 이전보다 훨씬 높았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아이를 밖에 내보내지 않고 과잉보호했다. 2015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헬리콥터 양육’(자녀 주위를 뱅뱅 돌며 감시하는 양육법)이 아이들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가 많지 않았는데 연구하다보니 증거가 많아졌다. 휴대전화는 ‘경험 차단제’(experience blocker)다. 관계를 차단하고, 눈맞춤을 차단하고, 현실 세계를 차단한다.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가 서구권에 정신건강 위기를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SNS보다 소득 불평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나 마약 등이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하이트 교수는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SNS 사용이 늘어나며 청소년 정신질환이 급증했다고 주장한다.)

“아동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불평등과 성차별도 있겠지만 이걸로는 왜 하필 2012년에 많은 국가들이 바뀌었는가를 설명할 수 없다. 왜 미국뿐 아니라 호주와 아이슬란드 등에서도 2012년을 기점으로 청소년 자해 비율이 늘어났을까.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8년에 발생했다. 2009~2011년에는 문제의 징후도 없었다. 심지어 미국에선 경제가 나아지고 있음에도 아이들은 더 나빠지고 있다. 2010년 이후 경제 변수가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다.”

-책에서 ‘아시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학교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친구가 없다는 보고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왜 아시아만 예외인가.

“동·서양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로 다르기 때문에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가 낳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북유럽은 아이들이 훨씬 더 불안하고 우울해졌다. 반대로 종교적 성향이 강해진 동유럽에선 (불안·우울의) 수치가 살짝 떨어졌다. 더 집단주의적이고 아이들을 공동체에 묶어주는 국가들을 보면 이런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에서도 교내 스마트폰 사용은 쟁점 중 하나다. 스마트폰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학생들의 집중력을 키우려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한다.

“어떤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것인가. 수학 수업시간에 틱톡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이 인권인가? 영어 수업 중에 학교 바깥에 있는 낯선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인권인가? 이런 것들은 인권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학습 환경을 침해하는 것이 있다면 학교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게다가 지금 미국에선 남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여학생 사진을 찍고 인공지능(AI)으로 포르노를 만든다. 누구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나. 지난 1년 동안 미국 13개 주에서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는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복도에서, 급식실에서 다시 웃음소리가 들린다’ ‘학교가 더 시끄럽고 재밌어졌다’고 한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적 규제가 오히려 청소년에게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디지털 기기 특성상 우회해 사용할 수도 있다.

“모든 규제는 완벽하지 않다. 술과 담배, 헤로인도 마찬가지다. 어떤 건 18세, 어떤 건 21세가 돼야 할 수 있다고 사회가 선을 그어뒀다. 규제가 완벽하지 않다고 법을 없애자, 모두가 술을 마시자, 모두가 헤로인을 하자고 하나?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우리는 법으로 뒷받침되는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일각에선 부모에게 맡기자고 한다. (2010년대부터) 지난 15년 동안 시도했는데 대부분 실패했다. 법의 도움이 필요한 때다.”

-SNS가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에게 훨씬 타격을 줬다고 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규범을 SNS가 강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보나.

“물론이다. 여성은 누구나 사회적 규범에 민감하다. 백만년 동안 인간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아왔는데 지금은 갑자기 전 세계 수백만명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걸 본다. 여자 아이들이 입술을 더 크게 만들고 성적으로 보이려는 건 소셜 미디어에 나오는 특정 여성상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10살짜리가 세포라(한국의 올리브영 같은 곳)에 가서 화장품을 산다. 비극적이다.”

-책에서 ‘성적 약탈과 만연한 성적 대상화 때문에 여성은 온라인에서 훨씬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도 지난해 딥페이크 성범죄가 문제가 되면서 학생들이 SNS 계정을 비공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디지털 성폭력뿐 아니라 교제폭력, 교제살인 등 오프라인에서도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성적 약탈을 매우 두려워한다. 만약 수십명의 남성들이 여자 아이들을 데려가 성관계를 시도하려는 일이 벌어지는 공원이 있다면 아무도 아이들을 그곳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SNS 이용 연령을 16세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여자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했던 남성들이 이제 현실 세계가 아니라 대부분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에서 익명으로 보호받으며 존재한다. 당신 자녀가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을 사용한다면 전 세계 어딘가에 있는 남성이 성관계를 요구하며 자녀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완전히 미친 짓이다. 그래서 16세가 될 때까지 (SNS에서) 익명의 낯선 사람과 대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남자 아이들이 비디오 게임, 포르노 등에 몰입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인셀’ 문제 또한 디지털 기기 사용 확대, SNS와 각종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 몰입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젊은 남성 중 인셀이 늘어나는 현상과 SNS 과의존 사이 상관관계는 없다고 보나. (인셀은 여성과 연애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남성집단을 뜻하며 이들은 이성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현실을 사회와 여성 탓으로 돌린다.)

“스마트폰은 모든 아이들을 분리하고 있다. 젊은층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적다. 남성과 여성이 만나지 않고 데이트하지 않고 사랑에 빠지지도 않는다. 이는 남성들에게 성적 좌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분노한 젊은 남성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여성 탓으로 돌리고 여성 혐오를 조장한다.”

-스마트폰과 SNS, 알고리즘이 정치인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극우 유튜브 채널에 경도됐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대중이 토론하고 정치인들이 이에 응답하는 것에 기초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들은 대중끼리 잘못된 생각도 토론할 수 있게 했지만 당장 입법부에 전달되진 않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선동할 수 없게 한 조치였다. 이는 보스턴에서 워싱턴까지 뉴스가 전달되는데 3일이 걸렸을 땐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순식간이어서 훨씬 파장이 크다. 소셜 미디어는 자유민주주의를 덜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3월에 한국 초·중·고등학교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 학계와 학부모들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풀이 중심 학습 강화, 유해 콘텐츠 등을 우려한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어떻게 보나.

“미국은 2012년쯤 크롬북과 아이패드를 학교에 도입했다. 모든 아이들이 책상에 컴퓨터나 태블릿을 두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때부터 시험 점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PISA(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통계를 봐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기술이 교육을 개선했다는 연구를 찾기 어렵다. 이론적으론 AI 교과서가 몇 가지 이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론 아이들이 집중하고 생각하고 참여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기기가 30가지를 해도 아이들은 단 한 가지도 (스스로)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학습 기기는 다르다고 반박하는데.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술을 제공할수록 학습량이 줄어들고 정신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학교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교육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산만해진다. 서로 대화하지 않아 대인 관계도 나빠진다. 한국 정부가 이런 일을 하고 싶다면 계속 해라. 다만 아이들은 지적 수준이 더 떨어지고, 더 외로워지고, 더 불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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