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혁신 플레이트 디자인 선도
크기·소재 등 파격적 시도 잇따라
‘톰 삭스 크레딧 카드’ 고정관념 깨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종이신문을 펼쳐 읽던 풍경은 자취를 감췄고, 책장을 넘기는 대신 태블릿 화면을 스와이프한다. 사진기와 음악 플레이어도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갔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다. 지갑에서 넣고 뺄 필요 없이 이제는 탭(tap) 한 번이면 언제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하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디지털 피로감’을 안긴다. 그러면서 물건 자체가 주는 오감과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려는 갈망이 커졌다. 뮤지션들은 새 음반을 비닐 레코드로도 발매하는데, 오히려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카메라 회사들은 필름 카메라를 계속 생산하거나 오히려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태블릿PC와 같은 디지털 기기에서도 사각거리는 종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보호필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산업계는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에 공간을 만들어 고객들이 제품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에 대한 갈망 높아
이처럼 물건의 성질이 주는 매력을 추구하는 현상은 ‘아날로그 혁명(analog revolution)’ ‘재물질화(rematerialization)’ ‘신체화된 매혹(embodied enchantment)’ 등으로 일컬어진다.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안에서 비대면으로 해결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물질세계에 살고 있기에 보고 만지고 듣고 느끼는 실질적 경험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태가 없는 금융을 판매하는 신용카드업계에도 이러한 물성의 역설이 적용될 수 있을까. 현대카드의 플레이트 디자인 사례가 그 해답을 제시한다. 현대카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용카드사로, 2024년 연간 신용판매액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디자인, 컬처 마케팅, 광고 등 브랜딩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글로벌 프리미엄 카드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뉴욕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인 MoMA를 비롯해 애플, 뉴욕타임즈, 디즈니플러스 등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일찍이 현대카드는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과 물성에 주목하고 도발적인 실험을 지속해 왔다. 최근에는 현대미술의 아이콘 톰 삭스와 카드 플레이트에 ‘구멍(홀 디테일)’을 내는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신용카드 디자인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바로 ‘현대카드 톰 삭스 크레딧 카드’다. 신용카드에 손가락을 넣고 돌리는 장난감 혹은 끈을 매달아 개성을 표현하는 액세서리라는 새로운 성질을 부여했다. 플라스틱 외에 동(bronze)을 소재로 사용하거나 합판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에 국내 소비자들은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지금까지 유명 작품을 플레이트에 전사한 신용카드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 톰 삭스 크레딧 카드처럼 카드 플레이트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든 사례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톰 삭스 크레딧 카드의 이러한 혁신성뿐 아니라, 현대카드가 20여년간의 고수해 온 플레이트 디자인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톰 삭스 크레딧 카드는 현대카드만 할 수 있는 시도이며, 현대카드가 다양한 소재를 탐구하고 노하우를 축적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동은 특유의 무게와 거친 질감이 카드에 색다른 물성을 부여하지만 디자인 구현이 쉽지 않은데, 현대카드는 동에 두랄루민을 결합해 구멍과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구현했다. 또한 플라스틱에 나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가공을 추가해 마치 합판으로 만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20여년간 현대카드는 고정관념을 깨는 도발적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을 제시하며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트렌드를 선도해 왔다. 특히 현대카드는 카드 디자인에 상품과 사용자의 정체성을 매력적으로 녹여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좋은 디자인은 페르소나를 투영한다”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철학, 이른바 ‘페르소나 매니지먼트’가 그 핵심이다.

하나의 카드에 다양한 디자인 선택지 제공
현대카드는 2000년대 초 ‘투명 카드’와 일반 카드의 절반 크기인 ‘미니 카드’를 내놓으며 신용카드가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취향을 보여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후 2007년에는 카드 옆면에까지 색을 입힌 ‘컬러코어’를, 2011년에는 직각에 가까운 모서리를 구현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러한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신용카드가 지갑에 꽂혀 있을 때부터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이어 2017년에는 대중이 스마트폰 세로 화면에 익숙하다는 점에 착안해 세계 최초로 ‘세로카드’를 만들었고, 2020년에는 하나의 카드에 여러 가지 디자인을 만들어 고객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멀티 플레이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과 물성에 대한 현대카드의 집착은 결국 카드의 물성 자체를 변화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대카드는 2009년 ‘the Black’을 티타늄 플레이트로 출시하며 국내 최초로 ‘메탈 플레이트’ 시대를 열었다. 이후 물처럼 흐르는 질감의 ‘리퀴드 메탈’, 화폐 소재 ‘코팔’, 항공기 소재 ‘두랄루민’ 등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고 활용했다. 최근에는 메탈 플레이트를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를 프리미엄 상품에서 일반 상품까지 확대했다. 소비자가 10만원을 추가로 부담하면 신용카드를 메탈 플레이트로 소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다.
혁신적인 카드 디자인으로 현대카드는 IF 디자인 어워드, IDEA 등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무엇보다 현대카드가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을 혁신해온 지난 20여년간, 회원들은 현대카드를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고 뽐내고 즐기게 됐다”며 “신용카드의 부수적 요소였던 디자인은 어느새 본질적 기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 플레이트에 대한 현대카드의 디자인 철학은 역설적으로 신용카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현대카드는 신용카드를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개인의 심미적·예술적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재구성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