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라고 다 같은 도자기가 아닙니다."
최경주와 장유빈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대회 2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하고 있다.
■ 최경주, 장유빈을 보더니 '도자기론'을 꺼낸 이유는?
지난 3일 자신의 이름을 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대회 첫날 함정우, 장유빈과 라운드를 끝낸 최경주 프로와 경기도 여주시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식당에 도착해서도 대회 관계자들과 30분 넘게 운영에 관한 회의를 주도한 최경주 프로는 싸늘한 날씨 속에 5시간 넘게 경기를 마치고도 피곤한 기색이 하나 없었다. 식사 내내 특유의 너털 웃음은 여전했고, 손수 준비해 온 완도산 전복을 맛있게 먹는 재단 꿈나무 선수 3명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스했다. 저녁 식사 자리가 한참 무르익을 때즈음 KPGA투어의 샛별 장유빈과 경기를 해본 소감을 물었다.
기자: "장유빈 프로의 플레이는 어땠나요?, PGA에서도 통할까요?"
최경주: "물론이죠,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도자기라도 다 같은 도자기가 아닙니다."
"골프란 도자기를 빚는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죠."
"얼핏보면 완벽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티끌이나 흠이 보이기 마련이죠."
"유빈이가 거리도 멀리나가고 잘 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고쳐야 될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고쳐지지 않으면 3년 안에 큰 시련이 찾아올 겁니다."
"선수들의 걷는 모습, 말하는 태도만 봐도 미래가 보이죠."
기자: "장유빈의 걷는 모습은 어땠나요?"
최경주: "두둥실~두둥실~"
1994년에 프로에 데뷔해 투어 경력만 31년째인 최경주의 눈으로 보기엔 요즘 한참 잘 나가는 장유빈이 지나치게 들떠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군산 C.C오픈 2년 연속 우승으로 KPGA투어 최고의 샛별로 자리잡은 장유빈. 10월 3일 기준 드라이브 비거리 1위(평균 313야드)에,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부문(5,379점)에서도 선두를 달리며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장유빈의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경기력 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발전해야 될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도 심박수가 85를 넘기지 않게 관리한다는 백전노장 최경주의 말 속에는 장유빈을 향한 따뜻한 애정과 함께 냉철한 분석이 함께 녹아 있었다.
장유빈이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11번 홀에서 티샷 이후 공을 바라보고 있다.
■ 들뜬 장유빈, "최경주 프로님의 모든 게 멋있어 보였어요."
아버지뻘인 최경주(만54세)프로의 조언을 들은 장유빈(만22세) 프로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대회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7언더파로 단독 선두로 올라선 장유빈과 전화가 연결됐다. 자신의 우상과도 같은 전설 최경주 프로와 처음으로 함께 라운드를 마친 장유빈은 어제의 설렘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경주 프로님이랑 처음 치다보니까 너무 떨리는 거예요. 어? 내가 왜 떨지? 저절로 우러러 보게 되는거예요."
"모든 게 다 멋있어 보였어요."
PGA통산 8승에 KPGA통산 16승 등 프로통산 30승을 거둔 전설과의 동반 라운드는 새내기 골퍼 장유빈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발걸음을 두둥실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답을 내놨다. "제가 원래 뒤꿈치를 안 붙이는 습관이 있는데, 그걸 보고 그렇게 표현하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주말 3,4라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사실 하반기에 스코어가 좋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치자, 공만 바라보고 칠거예요."란 당돌한 답을 내놓았다.
■ "최경주 프로님의 퍼터 리듬도 배웠어요"
습득력 빠른 장유빈은 이틀 동안 한국 골프의 전설과 라운드 하면서 퍼터 스킬을 배웠다고 자랑스럽게 늘어놨다.
"최경주 프로님하고 저는 똑같이 퍼터를 잡을 때 집게 그립을 쓰거든요. 최 프로님의 퍼터 리듬이 좋게 느껴져서 비슷하게 따라해봤는데 오늘 결과가 좋았어요."라며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버지보다 더 어려운 분이라 직접 말을 걸지는 못했지만 같이 플레이를 하면서 스펀지처럼 최경주의 퍼터 리듬을 곁눈질로 흡수한 것이다.
PGA투어 선수 가운데 타이거 우즈를 동경한다는 장유빈은 언젠가 직접 두 눈으로 우즈의 플레이를 보는 게 꿈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언젠가 PGA투어에 진출해서 타이거 우즈랑 같은 조에 편성된다면 울 수도 있어요. 타이거 우즈의 플레이를 너무 보고 싶어요. 어려운 상황에서 우승을 일궈내고 극적인 상황을 이겨내는 능력을 닮고 싶어요."
라는 말로 원대한 꿈을 자신있게 표현하는 22살 한국 남자 골프의 희망 장유빈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