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23일 공직자들을 향해 “선거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복지부동해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일이 결코 발생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정작 최고위 공직자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며 정치권에 출마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방 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제5차 외청장 회의에서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공직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엄정한 중립성이 요구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의에는 경찰청 등 정부 17개 외청장이 참석했으며 인사혁신처의 ‘공직기강 확립 및 공무원 정치적 중립 확보’ 방안 등이 공유됐다.
방 실장은 6·3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를 강조했다. 방 실장은 “대통령 궐위로 인한 조기 대선인 만큼 준비 기간이 짧고, 공명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소속 직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행동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해 알기 쉽게 교육하고, 위반 시 엄정히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
방 실장은 또 “국정의 연속성과 안정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며 “정치적 일정과 무관하게 모든 분야의 행정은 흔들림 없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방 실장이 강조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돼있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이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목적에서 금지되는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방 실장이 보좌하는 한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며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대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5월4일)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구야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어기고 있다며 출마 시사를 “노욕”이라고 비판했다. 한 권한대행 출마 시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일부도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하실 분을 출마시킨다는 거는 상식에 반한다”(홍준표 후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