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무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부회장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인해 엔지니어링사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가격 중심의 계약 방식보다는 지식기반사업에 적합한 기술 중심의 계약 방식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는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 융합적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로 발주 방식 또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링사업은 연구, 기획, 타당성 조사, 설계, 분석, 계약, 구매, 조달, 시험, 감리, 시험운전, 평가, 검사, 안전성 검토, 관리, 매뉴얼 작성, 자문, 지도, 유지 또는 보수 등의 엔지니어링 활동을 포함한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3조의2(지식기반사업의 계약방법)는 정보과학기술 등 지식 집약도가 높은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지식기반사업’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에 따른 엔지니어링사업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산업 진흥법'에 따른 정보통신산업, '지능정보화 기본법'에 따른 정보화 사업 등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국가계약법 제43조에 따라 이들 사업에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이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지방계약법 제43조, 제44조 역시 국가계약법 제43조와 동일)
하지만 현재 정부와 지자체 및 다수의 공공기관은 엔지니어링 및 정보통신 분야 사업 중 대부분 정부 고시금액 이하의 사업은 적격심사 방식으로 진행되며 고시금액 이상인 경우는 PQ심사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PQ심사는 경영상태, 기술능력,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이지만 낙찰자는 정량평가와 무관하게 ‘다수의 예정가격 중 추첨으로 선택된 예정가격들의 평균’에 가장 근접한 금액을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는 구조이다. 이로 인해 추첨과 평균이라는 방식 자체가 결과에 불확실성을 내포하게 만든다.
이러한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실질적인 변별력이 낮고, 이는 엔지니어링사업 전반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며, 결국 시공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융·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과 사업은 재편되고 있지만 지식기반사업으로 분류되어 있는 엔지니어링사업은 여전히 가격에 의존하는 적격심사 또는 PQ 심사로 발주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식기반사업은 단순 반복 업무와 달리 전문성, 창의성, 전략적 추진 역량 등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이러한 특성상 가격 경쟁만으로는 질적 성과 확보가 어렵고, 업체의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발주기관은 기술력과 수행 역량을 갖춘 최적의 업체를 선정하고, 협상을 통해 과업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하며, 성과 중심의 계약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링사업 발주 시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규정된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적극 채택하는 것이 사업 성과 제고와 정책 목표 달성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정보과학기술 등 고도의 지식이 요구되는 지식기반사업인 엔지니어링사업 중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은 소프트웨어 및 정보화 사업과 동일하게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은 정보통신분야의 사업에 있어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를 선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사업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정보통신공사의 시공 품질을 제고하고, 서비스 품질 고도화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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