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실 노이즈캔슬링? ‘가능’… LG의 심기일전 ‘엑스붐 버즈’ [이동수는 이동중]

2025-03-15

가격은 10만원대, 성능은 20만원대

생활소음 차단에 강한 노이즈 캔슬링

절제된 저음 강조로 음악 조화 추구

착용감·배터리 ‘우수’… 가성비 인정

10만원대 무선 이어폰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으로 볼 수 있을까.

올해 초 LG전자가 ‘LG 엑스붐 버즈’ 출시 소식을 알렸을 때 든 생각이다. 14만9000원이면 싼 가격이 아닌데, 성능이 어지간히 좋지 않은 이상 가성비 인증 딱지를 붙이기 힘들 것이라는 추측에서였다.

2주간 엑스붐 버즈를 써본 결론은 ‘가성비가 맞다’는 것이다. 10만원대 제품이지만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음질 등은 기존 20만원대 이어폰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아서다.

엑스붐 버즈는 특히 생활소음 차단에 강했다. 지하철 출퇴근길, 업무 중 키보드 타이핑 소리 등을 효과적으로 지워줬다. 극단적인 실험을 위해 1평도 채 안 되는 세탁실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모두 가동한 채 노래를 들었는데, 기계음이 감상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음질도 가격 대비 뛰어났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A사의 20만원대, B사의 30만원대 이어폰과 비교해봤을 때 30만원대 이어폰엔 미치지 못하지만 20만원대와는 성능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드래곤의 신곡 ‘투 배드’를 기준으로 엑스붐 버즈는 음악 전반에 깔린 통통 튀는 드럼 비트를 비교적 선명하게, 원음에 가깝게 잘 표현했고 30만원대 이어폰은 비트가 노래에 좀 더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음이 풍부한 칸예 웨스트의 ‘런어웨이’를 기준으론 엑스붐 버즈가 30만원대 제품보다도 나았다. 베이스를 강조할 때 엑스붐 버즈의 키워드가 ‘절제’라면 30만원대 제품은 ‘부각’이었다. 전체적인 노래를 고려하면 엑스붐 버즈쪽이 더 조화롭게 들렸다.

LG전자는 엑스붐 버즈가 구현하는 음질의 특징을 ‘그래핀 드라이버’로 설명했다. 그래핀은 가볍고 강성이 뛰어난 신소재로, 지금까지 발견된 물질 중 가장 얇고 강하며 유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핀을 진동판으로 사용하면 왜곡을 줄이면서도 정밀한 사운드를 낼 수 있다.

착용감도 우수한 편이었다. 엑스붐 버즈는 에어팟이나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3와 같이 콩나물 형태 대신 원형 폼펙터(기기 형태)를 도입했다. 날개를 형상화한 윙팁 디자인으로 귓바퀴를 지지해 착용 중 이어버드가 잘 빠지지 않게끔 했다. 연속으로 착용한 지 6시간쯤 지나니 귀가 약간 아렸지만, 다른 무선 이어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통화 품질은 다른 콩나물형 이어폰들보다 떨어졌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입에서 거리가 먼 원형 무선 이어폰의 태생적 한계로 보인다.

엑스붐 버즈의 스펙상 배터리 지속 시간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시간, ANC 활성화 시 최대 7시간30분이다. 실제 착용했을 땐 ANC를 켠 채로 7시간 정도가 되니 전원이 꺼졌다. 20만원대 이어폰들이 ANC 모드 평균 최대 연속 재생 시간은 5∼6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도 가성비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셈이다.

엑스붐 버즈는 LG전자가 무선 오디오 사업에서 심기일전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더해진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뮤지션 윌아엠과 손잡고 무선 오디오 브랜드 ‘LG 엑스붐’을 재단장하면서 기존 무선 이어폰 브랜드 ‘톤프리’를 엑스붐에 포함시켰다.

‘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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