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0%대 넘기면 대박 드라마? 해외 시장에 못 팔면 쪽박...창작자 의지 꺾는 ‘드라마 인플레이션’

2024-12-17

최근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이 ‘인플레이션’이라고 칭할 정도로 제작비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소위 '대박작품'이 되는 것도 옛말이 됐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이어 시청률을 10%대를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던 모 방송사의 드라마들도 화제성이나 작품성에서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수익 면에서 그렇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OTT발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장은 산업 자체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드라마 제작 비용 역시 급상승했다. 그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1의 경우 약 28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오는 연말에 공개될 예정인 오징어게임2은 10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현재 국내 드라마 제작비가 평균적으로 최소 200억원에서 300억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방송사나 제작자가 감당하기는 어려운 규모다.

일반적으로 국내 방송사에서 드라마 1회 편성 시, 드라마 앞뒤 및 중간광고로 벌 수 있는 광고수익은 완판됐을 경우를 가정하면 평균적으로 3억에서 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에 밀리면서 방송광고 시장의 파이는 많이 줄어든 상태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현재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완판 광고수익인 1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김수현, 김지원 등 몸값 높은 스타 배우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tvn의 ‘눈물의 여왕’의 경우 회당 제작비는 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드라마 제작에 앞서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해외 시장에 드라마 판권 등 이 팔릴지 여부다. 작은 내수 시장에서 낼 수 있는 수익은 한계가 있고 치솟은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작품의 다양성도 줄어들고 드라마 제작에 관여하는 창작자들의 창작 의지도 꺾이기 마련이다. 창작자로서 각자의 취향과 선호보다 수익이 우선시 되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 역시 자연스레 좁아진다는 것이 업계의 씁쓸한 목소리다. 해외 ott와 대자본 ott가 뛰어들면서 드라마 시장이 커졌다고 하지만 규모와 비용만 커졌을뿐 오히려 내실은 다지지는 못한 상황이다.

국내 제작사에 재직 중인 한 드라마 피디는 이와 관련해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보다 해외 팔릴지부터 먼저 생각해야 하는 현실이 창작자로서 안타깝다"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제작-편성-유통이 동시에 돌아가는 드라마 생태계를 고려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진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보고서를 통해 다양성 증진을 위한 한시적 ‘편성 쿼터제’ 도입, 적정 출연료에 대한 합의된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 유 교수는 “편성 쿼터제는 대형화된 제작사만 살아남는 구조에서 중소 제작사들에게도 제작 기회를 제공하며, 신진 작가, 감독, 배우에 대한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는 계기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높아진 출연료는 드라마 제작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장 논리에 따른 가격 상승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생태계 회복을 위해 제작사, 방송사와 OTT 등이 논의하여 출연료 및 생산요소에 대해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녹색경제신문 = 조아라 기자]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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