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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인공지능(AI) 대신 작은 AI 여러 개를 협업시켜 고성능을 구현하는 이른바 ‘협업 AI’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AI 모델 규모를 키우는 기존 업계 경쟁이 개발 비용과 전력 소모 탓에 한계에 다다르는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AI 혁신을 선보인 데 이어 미국 빅테크도 협업 AI 전용 반도체칩까지 개발하며 신기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1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IBM 리서치 유럽 연구진은 ‘전문가혼합(MoE)’ AI 모델 연산에 특화한 AI칩 ‘3차원 비휘발성 아날로그인메모리(3D NVM AIMC)’ 기술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계산과학’ 1월호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MoE는 AI 모델을 구성하는 신경망들을 서로 다른 데이터에 특화해 학습시켜 분야별 ‘전문가’로 만들고 이들을 협업시키는 기술이다. 특정 질문에 최적의 답변을 할 수 있는 전문가만 활성화해 전체적인 연산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진다. MoE는 최근 딥시크 ‘R1’과 함께 알리바바의 저가형 모델 ‘큐원2.5맥스’도 도입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IBM은 이 같은 MoE 방식의 AI 모델을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더 효율적으로 연산할 수 있는 AI칩을 개발했다. 아날로그인메모리는 뇌를 모방해 연산 성능을 높인 AI칩, 3D 아날로그인메모리는 이를 수직으로 쌓아 좁은 칩 면적에서 집적도와 성능을 한층 더 높인 칩이다. 연구진은 고층 오피스건물에서 층별로 전문가들이 입주해 효율적으로 업무하듯 MoE의 전문가들도 3D 아날로그메모리의 각 층에 할당돼 GPU 대비 작업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있는 구조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AI 에이전트(비서) 여러 개를 협업시키는 ‘에이전트 체인(CoA)’ 기술을 지난달 말 선보였다. MoE가 AI 모델 내부 신경망들 간 협업 기술이라면 CoA는 AI 모델로 구현한 에이전트 다수를 협업시키는 기술이다. 특히 장문의 콘텍스트(명령어) 같은 복잡한 명령을 여러 단계로 쪼갠 후 각 에이전트들이 단계별로 분업화해 사슬(체인)처럼 차례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식으로 작업 처리가 이뤄진다. 오픈AI도 여러 에이전트들을 연결하는 솔루션인 ‘스웜(군단)’을 지난해 10월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에 시범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유사한 솔루션을 선보이며 빅테크들이 관련 기술 경쟁에 대응 중이다.
과학 연구에도 이 같은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최근 공개한 ‘버추얼랩’이 대표적이다. 버추얼랩은 AI 연구책임자(PI), AI 면역학자, AI 머신러닝(기계학습), AI 계산생물학자, AI 비평가 등 인간 과학자들이 모인 연구실처럼 AI 과학자들이 모여 팀미팅과 공동연구 등을 진행하는 가상의 연구실이다. 연구진은 이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용 물질로 쓰일 수 있는 나노바디(단일도메인항체) 92종을 새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의 표준화가 추진되며 연구개발(R&D) 지원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술(ICT) 표준화기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최근 ‘지능형 에이전트 협업 학습을 위한 참조 모델’의 표준을 제정했다. AI 자체가 아닌 AI 간 협업 시스템도 유망 기술로서 정부사업 지원을 위한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기관들의 참여로 보완을 거쳐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