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4일 법무부의 변호사 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이 “신규 변호사 수를 줄여달라”고 요구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 단체의 시위를 두고 ‘법률가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사태에 대해선 목소리를 내지 않다가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정욱 변협 회장과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회장 등은 지난 1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현재 1700명대에서 1200여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앞선 지난 10일에도 성명을 내고 “법무부는 변호사 업계의 수용 한도를 크게 상회하는 신규 변호사가 매해 배출되는 상황을 인식해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대폭 감축하라”고 했다.
이들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된 2009년 이후 연간 배출되는 변호사 수가 3배 이상 늘어나 변호사 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변호사에 대한 의뢰인들의 민원과 징계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변호사들 간 경쟁이 과열돼 법률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고도 말한다.
시민들은 이들 단체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2·3 불법계엄 사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공개 비판을 꺼려온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만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건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두 단체는 지난해 계엄 직후까지만 해도 “최소한의 현실적·법적 근거조차 없는 위법 조치”라고 비판하는 성명과 시국선언 등을 협회 명의로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고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두 단체는 지난달 14일 변협과 서울변회에서 인권위원 등을 지낸 변호사 105명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는 시국선언을 발표하자 “현 집행부는 참여하지 않으며, 공식 입장과도 다르다”며 거리를 뒀다.
서울변회의 조 회장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심우정 검찰총장과 면담하는 사진을 올리고 “무분별한 변호사 수 증가로 인한 부작용이 폭증하는 현실을 (총장에게) 말씀드렸다”고 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곧바로 석방 지휘를 하고, 딸 특혜 채용 의혹까지 불거진 심 총장에게 법률가 대표로서 항의 의사를 전하기는커녕 ‘변호사 수를 줄여달라’는 민원만 전달한 셈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협은) 123일 동안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탄핵을 외치는 주권자들을 대신해 헌재에 논리정연한 탄핵의견서 한 번 내본 적이 있느냐”며 “국민이 법조 단체에 바라는 것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변호사들 외에는 관심도 없는 변시 합격자 수를 운운하면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나”라고 말했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달라는 주장이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지난 18일 성명에서 “변협의 요구는 기득권 옹호일 뿐”이라며 “변호사 수 감축을 주장할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법학교수회도 성명을 내고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제한하는 것이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인성과 전문지식 면에서 법조인이 될 자격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자격시험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