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태양광 시장 급변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데 이어 인도 등 우회 경로까지 봉쇄했다. ‘K-태양광’ 업계가 반시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태양광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산 저가 모듈 등 태양광 제품의 저가 공세를 막기 위해 반덤핑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에서 생산한 태양광 제품이 미국에서 정상가 대비 얼마나 저렴하게 판매 중인지 계산한 예비 수치(예상 덤핑 마진)를 공개하고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불공정 무역 사례로 판명될 경우, 인도 등에서 생산한 태양광 제품에도 미국이 천문학적 관세(반덤핑·상계관세)를 때릴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태양광 업체들로 구성된 ‘미국 태양광 제조 및 무역 연맹’의 청원에 따른 조치였다. 중국 자본이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 등에서 값싸게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동남아 4개국(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에서 만든 태양광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가 지난 5월 최대 3521%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업체들이 인도 등으로 생산지를 바꿨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1일부터 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에 대한 국가안보 영향을 조사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의 95%가 중국산이다.
한국 태양광 기업들도 미국 정부의 방침에 맞춰 탈중국 속도를 높였다. 중국에 집중됐던 원료·부품 공급처를 말레이시아 등으로 옮기고, 미국 내 생산설비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보유한 24개 기업 중 유일하게 잉곳과 웨이퍼까지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2023년부터 25억달러(약 3조2000억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하고 있고,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패널)’로 구성되는 태양광 공급망 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서 조달하는 폴리실리콘 외에 나머지를 각각 3.3기가와트(GW) 규모로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OCI홀딩스 역시 말레이시아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미국 텍사스에 2억6500만달러(약 3840억원)를 투자해 2GW 규모의 태양광 셀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중국 기업을 제외하고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회사는 바커(독일), 헴록(미국), OCI홀딩스 등 3곳 뿐이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지난달 24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이 중국 회사들의 손발을 묶으면서 비중국 회사에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왔다”고도 언급했다.
다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미 의회를 통과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한국 등 해외 기업이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을 생산할 때 세제 혜택을 준다는 큰 틀은 유지했지만, 세부 시행령은 미정이다. 발전용 세액공제 시한은 2032년 이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겨졌다. 미국 밖에서 생산한 폴리실리콘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변수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광범위한 관세 부과는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미 정부에 전달했다.
태양광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로 중국산 저가 물량이 빠지고 나면 미국에서 패널 가격 정상화와 함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