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규제 완화 기조 하에 상품권법 폐지
21대 국회 발의됐지만 폐기…8월 다시 발의
전자금융법 개정안 시행…대형업체만 규제
영세업체·소비자 보호하려면 상품권법 필요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티몬·위메프의 해피머니 사태와 유사한 사례를 막기 위해 상품권법이 발의됐지만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지 못 하고 있다.
상품권 발행자 자격 요건, 연간 발행 한도 의무 등을 둬 한층 강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상품권 피해자 보호 시급한데…넉달째 국회 정무위서 '낮잠'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21명이 발의한 '상품권 유통질서 확립 및 상품권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상품권법)'이 여전히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무르며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상품권법은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하에 지난 1999년 폐지됐다. 현재 상품권 관련 규제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과 신유형·지류형 상품권 표준약관, 소비자분쟁 해결기준 등에 따른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품권은 인지세만 내면 누구라도 발행할 수 있다. 지급보증 가입에 대한 법적 의무도 없다.
해피머니 상품권의 이용 약관에도 '본 상품권은 별도의 지급 보증과 피해보상 보험계약 없이 발행자의 신용으로 발행됐다'는 지급 보증 및 피해보상 의무를 회피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점 때문에 티몬·위메프 사태 발생 전 판매됐던 해피머니 상품권 사용이 중단되기 시작하며 소비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번에 발의된 상품권법은 상품권 발행업자의 장벽을 높이는 게 골자다. 상품권 발행업자는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신고해야 하고, 발행업무를 중단 또는 폐지할 경우 역시 금융위에 신고해야 한다.
◆ 전문가 "영세업체 피해 우려…상품권법 반드시 부활시켜야"
그렇지만 상품권법은 좀처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담은 상품권법이 두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된 바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연내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9월 개정된 전금법이 시행되며 사각지대가 한 뼘 줄어들었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발행잔액 30억원, 연간 총발행액이 500억원을 넘는 모든 업체는 선불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한계는 여전하다. 실질적으로 소비자 피해가 더 크게 발생하는 건 보다 영세한 업체인데, 이를 규제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금법 개정안은 대형 업체만 규제하는 셈인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큰 곳은 영세업체"라며 "영세업체는 자정 기능이 떨어져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제2의 해피머니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상품권법을 통해 한층 더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복 교수는 "상품권을 자율규제 영역으로 두고 있는 건 옳지 않다"며 "이미 폐지된 법안이라도 필요성이 있다면 다시 제정해야 한다. 이전에 이자제한법이 폐지됐다가 2007년 부활한 것과 같이 상품권법도 다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