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가 1일(현지 시각) 러시아 본토에 개전 이래 최대 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러시아 내부에 침투시킨 화물 트럭 내부에 FPV 드론을 심어 러시아 본토에 있는 4개 비행장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거미줄'로 명명한 이번 작전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이르쿠츠크주에 있는 벨라야 공군 기지, 무르만스크주의 올레냐 공군기지, 랴잔주의 디아길레프 공군기지, 이바노보주의 이바노보 공군기지 등 4곳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번 작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바실 말류크 SBU 국장이 직접 감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SBU는 18개월 동안 거미줄 작전을 준비, 117대의 드론을 사용해 이날 하루만에 러시아 공군기지 4곳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SBU가 밝힌 러시아 예상 피해 규모는 70억 달러(약 9조 6500억원) 이상이다. 피해 규모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수준의 충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 분석가인 세르히 쿠잔은 우크라이나TV와 인터뷰에서 “세계 어떤 정보 작전도 이와 같은 일을 한 적이 없다”면서 “러시아가 가진 전략 폭격기는 약 120대로, 이 중 우리는 40대를 공격했다. 엄청난 숫자”라고 자평했다.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미사일 전폭기 투폴레프(Tu)-95, Tu-22, Tu-160 등도 파괴된 것으로 추정돼 러시아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Tu-22는 우크라이나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Kh-22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으며 시속 약 4000k로 비행 가능한 초음속 전폭기다. 현재로서는 미국산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과 이탈리아-프랑스 합작 시스템인 SAMP-T를 이용해서만 격추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Tu-160은 러시아의 최신 전폭기로 1987년 실전 배치됐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작전형 전폭기로 평가된다. Kh-55 미사일 12대와 Kh-15 미사일 최대 24대를 운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블로거 올렉산드르 코발레코는 텔레그램을 통해 “피해 규모가 너무 커서 러시아가 근미래에 이를 복구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초음속 Tu-160의 손실이 큰 타격을 입혔다. 러시아의 항공우주군은 가장 희귀한 항공기 두 대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 무리에서 두 대의 유니콘을 잃은 셈”이라고 봤다.
타격 지역 중 한 곳인 이르쿠츠크는 최전선에서 4300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거리 공격용 드론이나 탄도 미사일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드론을 화물 트럭에 숨겨 타격 지점과 가까운 곳에 배치해 원격 조종하는 방법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온라인에서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공군기지를 타격하는 영상이 확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자체 확인한 영상에는 올레냐 기지에서 전투기 여러 대가 드론 공격을 받고 불에 타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도 이날 우크라이나로부터 드론 공격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드론이 5개 지역의 비행장을 공격했으며 노르웨이 국경 인근 무르만스크와 동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에 여러 대의 항공기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공격은 모두 격퇴시켰다고 주장했다.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2차 협상을 앞두고 진행됐다. 외신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심리적 부담감을 키우는 동시에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도 견제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해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