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Topic
대(大) 이직의 시대,
만남부터 이별까지 책임진다
스타트업계 찬바람이 분 지도 2년째. ‘2024년 상반기 한국 스타트업 투자 브리핑’(더브이씨)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10조2000억원이었던 투자액은 올 상반기 2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불황의 그늘에 스타트업 퇴사자도 급증. 더브이씨가 집계한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한국 스타트업·중소기업 누적 입사자 수는 지난 6월까지 4만5348명, 퇴사자 수는 4만5452명이었다. 2016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퇴사자 수가 입사자 수를 넘어섰다.
기업이 사람을 줄이는 긴축기엔 직원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호황기엔 공고 올려두고 지원자 이력서를 기다렸던 기업들도 이제 인재를 먼저 찾아나서고 있다. 기술 플랫폼은 바로 여기, 이 지점에 주목했다. 구직자에겐 적절한 일자리를, 기업엔 경력직 채용부터 오프보딩(퇴사 절차)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경력 채용 필수 코스, 평판 조회는 믿을 만한 건가. ‘대(大) 이직의 시대’, 기술이 바꾸는 기업과 노동자의 만남과 헤어짐이 궁금하다면 이 리포트에 주목.
1. 신입🙅♀️ 대신 경력🙆♂️ 찾습니다
평생 우리 회사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 대규모 신입 공개 채용 시대가 가고 있다. 신입 직원 자리는 ‘n번째 직장’을 찾는 경력직이 대신하고 있다.
공채의 종말: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은 ‘공채의 종말과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기업 100곳을 조사한 결과, 2019년 39.9%였던 공채 비율은 2023년 35.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신입 채용 비율도 47%에서 40.3%로 급감했다.
“사람도 적은데…”: 적은 인원이 각자 ‘일당백’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선 이 같은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직원 50여 명 규모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한 대표는 “신입을 뽑아 일을 가르칠 여력이 되거나 많은 지원서를 받아 심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 인사 담당 업무를 했던 A씨도 “소위 빌런(악당)이 입사해도 쉽게 해고할 수 없는 만큼 채용할 때부터 레퍼런스 체크를 신중하게 한다”고 말했다.
2. 채·품·커 뜬다
특정 지역 사람들이 모인 카페·오픈카톡방 등 커뮤니티에서 직원을 뽑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커뮤니티에선 자연스럽게 ‘저희 사람 뽑아요’ 공고가 공유되고 구인·구직 정보 교류도 활발하다. 그런데, 이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고 관리하면 새 시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채용 품은 커뮤니티가 쑥쑥 성장하는 이유.
커뮤니티부터 만들고 시작: 요즘 플랫폼들은 직접 커뮤니티를 만든다. 미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놓고 채용이 필요한 기업이 있다면 그 안에서 연계해 주는 식. 지난 4월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한 의료 커뮤니티 운영사 인티그레이션은 ‘메디스트림’(한의사), ‘모어덴’(치과의사), ‘치즈톡’(치위생사) 등 플랫폼을 운영한다. 플랫폼 내에서 관련 채용 공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주목받았던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도 인증된 의사들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 병원 관련 채용 공고를 소개한다. 취업 포털에서 시작한 잡코리아의 버티컬 플랫폼 ‘게임잡’은 업계를 겨냥했다. 게임업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개발자, 기획자 일자리 공고를 노출시킨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채용공고 확인뿐만 아니라 회원 간 소통도 가능해 업계 내 채용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바’도 커뮤니티에서 뽑는다: 커뮤니티에서 정규직을 뽑는 트렌드는 일반 알바(아르바이트) 시장으로까지 확산했다. 당근은 이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해 사업화한 케이스. 동네 기반 중고거래로 1900만 월간활성사용자(MAU)를 모은 당근은 당근알바라는 채용 게시판을 운영한다. 처음부터 특정 층을 겨냥하던 플랫폼과는 다르다. 일단 지역 기반으로 모인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을 만들었고, 당근은 여기 올라온 동네 사장님들 아르바이트 구인 글에 주목했다. 회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구인·구직 기능을 염두에 뒀다기보다 구인·구직 글을 모아둔 게시판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