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 2019년 카드뮴 공장 폐쇄…고려아연 두 차례 거부에도 결국 떠넘겨
2021년에도 폐기물 처리 또 압박…고려아연 측 "폐기물 떠넘기기, 갈등 결정적 원인"
고려아연 '유가금속 회수 기술' 빌미로…인수 뒤 황산·카드뮴 등 전방위 떠넘기기 우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적대적 M&A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울산 온산제련소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하는 온갖 유해 폐기물을 떠넘겨 받을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랜기간 온산선을 통해 영풍이 석포제련소에 나오는 위험물질인 황산을 울산으로 실어 보냈는데, 여기에 더해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제련 잔재물까지 온산 제련소에서 처리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찌꺼기를 온산제련소에 떠넘겨 왔다가 온산제련소 내부에서 환경 오염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되면서 결국 2년 만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ESG분야 외부 전문가들마저 이를 지적한 점도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철금속 업계 등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8년쯤 낙동강 카드뮴 오염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며 지탄을 받자 2019년 5월 카드뮴 공장을 전면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영풍은 카드뮴 공정을 폐쇄하고 관련 물질을 분리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석포제련소는 당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카드뮴 잔재물을 대신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카드뮴 잔재물에서 카드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다. 문제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나오는 제련 잔재물의 처리와는 다르게,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울산 온산제련소까지 잔재물을 실어 오는 것은 이송과 보관 과정에서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기존 공장 규모로는 석포제련소 물량까지 처리하는 게 불가한 상황이었지만, 영풍 측은 지속적으로 카드뮴 처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풍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시 대주주 영풍 일가의 지속적인 요구로 결국 온산제련소는 수백억 원을 들여 카드뮴 잔재물 처리 공장을 증설했고, 이후 2021년부터 약 2년간 석포의 카드뮴 찌꺼기를 대신 처리해 줬다"며 "이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환경오염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영진의 결단으로 지금은 카드뮴을 더 이상 들여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1년에는 환경부 통합환경인허가 승인을 위해 당장 처리가 다급했던 석포제련소의 아연 생산 잔재물(자로사이크 케이크)을 처리해 달라고 온산제련소에 또다시 요구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런 지속적인 폐기물 처리 요구가 양 기업 갈등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풍 역시 이런 일련의 일들에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영풍은 지난 9월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몇 년 전 고려아연과 '자로사이트 케이크' 처리에 대해 협의했으나 최종적으로 없던 일로 됐다"며 "2019년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공장을 폐쇄하면서 한때 고려아연에 카드뮴 케이크를 판매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다른 외부 업체에 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영풍이 당장 내년 6월까지 폐기물 처리를 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공장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차지하게 되면 온산제련소로의 떠넘기기가 불가피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풍 측에서는 환경부와 약속한 폐기물 처리를 자체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앞으로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과 황산을 더욱 전방위적으로 넘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은 대법원에서 폐수 유출 관련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 확정돼 석포제련소 조업을 두 달간 중단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석포제련소는 대구지방환경청이 최근 실시한 수시 점검해서 황산 가스 경보기능 스위치를 꺼놓았던 게 적발되면서 또다시 10일 조업정지 처분을 추가로 받게 됐다.
다른 금속 업계 관계자는 "석포제련소가 아연과 연 등 제련 생산으로 이익을 거두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황산이나 카드뮴 찌꺼기 처리 등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한 투자 등에는 소홀히 하면서 결국 울산 온산제련소에 의존하는 일이 잦아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하게 되면, 석포제련소를 살리기 위해 온산제련소에 전방위적으로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