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에서 어류를 잡는 데 쓰였던 폐그물이 전장에서 최첨단 공격용 드론의 침투를 막아내기 위한 묘책으로 떠올랐다.
7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동부전선의 도네츠크와 수미 지역을 중심으로 러시아군의 소형 드론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어망 회랑'을 구축하고 있다.
주요 도로변과 포병 진지, 검문소 등 군사시설에 기둥을 세워 그 위에 그물을 설치해 터널 비슷한 구조물을 만드는 것으로,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으로부터 차량과 병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이런 어망 회랑 설치에 사용되는 그물은 주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어민들이 사용하다 기부한 것들이다. 스웨덴의 비영리단체 오퍼레이션체인지는 올해에만 지금까지 250t의 폐그물을 수거해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 프로펠러로 비행하는 소형 공격용 드론이 어망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추락하는 단순한 원리의 이 방어책은 매우 적은 비용으로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육군 공병단 정훈실장인 막심 크라우추크 중령은 "평범한 어망 하나로도 적의 드론을 멈추게 하거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이런 어망들이 동부와 남부 전선 전체 걸쳐 설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어망 방어선'은 러시아군이 톡톡히 효과를 본 유선 조종 드론에 더 효과적이다. 러시아군은 전파 방해에 취약한 무선 조종 드론 대신에 전통적인 전자전 방식이 통하지 않는 광케이블 드론을 전장에서 활발하게 운용해왔다. 이 어망 방어선은 러시아군의 광섬유 드론의 침투와 공격을 막아내는 거의 유일한 대응책으로 떠올랐다.
사실 이런 방식은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가 먼저 채택했다. 러시아군은 2023년 무선 드론의 일종인 소형 쿼드콥터(회전날개가 4개 달린 비행체)의 공격을 막기 위해 일부 도로에 어망을 설치했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도 지난해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등 일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어망을 설치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런 어망 회랑 설치를 전선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NYT는 "전쟁에서 로우테크 수단이 하이테크 무기들을 어떻게 무력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책"이라면서 참호와 철조망이 설치된 도로들 위에 어망 회랑까지 설치되면서 전선의 풍경이 변화하고 있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