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8월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관 존 애퀼리노 제독이 한 무기 전시회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 중에 헬스케이프(Hellscape·지옥도)라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분쟁에 대비해 다양한 무인 무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한 말이었다. 헬스케이프 전략은 중국 등 강대국의 무력 도발 시 미군이 태평양에 수천 대의 무인 항공기와 무인 수상정, 무인 잠수정을 벌떼처럼 투입해 공격한다는 작전 개념이다. 이처럼 무수한 드론 떼는 일명 ‘프로젝트 오버매치’라는 첨단 지휘통제체계로 연결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된다. 미군의 군집 드론 공격을 받게 될 적진은 지옥 같은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뜻으로 헬스케이프라는 별칭이 붙었다.
헬스케이프 전략은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전에서 착안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속전속결 공세에 맞서 값싼 드론 무기로 적의 흑해 함대, 공군기지, 탱크 부대 등을 타격해 장기전으로 끌고 갔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 초단기 공세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헬스케이프 전략으로 대비하고 있다. 값싼 드론 무기를 대량 투입해 대만에 상륙하려는 중국군을 막으면서 본토의 미군이 지원하러 갈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최근 중국이 미국의 헬스케이프 전략에 맞서 대(對)드론 전투부대를 창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해군 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 ‘헬스케이프를 상상하며’에 따르면 중국은 매달 10만 대의 드론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군이 보유한 드론은 1만 대 정도다. 중국군이 값싼 자국산 드론으로 물량 공세를 펴면 인건비가 높은 미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헬스케이프 전략이 주한미군 역할·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우리도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가성비 좋은 한국산 공중·해상 드론을 미국에 공급하는 등 방산·조선 윈윈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