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전파, 항공력의 핵심 요소

2025-07-07

현대 항공산업은 기체 설계, 기동성과 엔진 성능을 넘어 전파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더욱 정교하고 강력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레이더, 통신, 식별, 항법, 전자전, 데이터링크 등 항공기의 핵심 기능은 모두 전파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전파의 효율적 활용이 곧 항공력의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는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고속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통해 적을 먼저 탐지하고 교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전자전 시스템을 활용해 상대의 탐지 및 공격 능력을 무력화하는 전자전기는 수백 킬로미터 밖의 지상 표적을 탐지하고 교란(재밍)해 아군 항공기의 생존성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공산업에서 전파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먼저 레이더 기술은 공중 감시와 항공기 자율 운항의 핵심으로, 군용은 물론 민간 항공기에서도 기상 감지, 충돌 방지, 자동착륙 등에 활용된다. 통신 역시 전파에 기반하며, 지상과 항공기 간 통신뿐 아니라 최근에는 항공기 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네트워크 중심 작전(Network Centric Warfare) 개념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투기, 정찰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간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하며, 센서 융합 기술까지 더해지면 전체 전장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높은 수준의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작전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전자전 분야에서도 전파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전파 교란, 방해, 전자파 지원 등의 기술은 전장에서 항공기의 생존성과 임무 완수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전파 기술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미래 항공 플랫폼에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 개념에서는 레이더, 통신, 전자전 기능이 통합된 다기능 안테나를 기체 표면 전체에 적용해, 전 기체가 거대한 안테나처럼 작동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강력한 출력으로 먼 거리의 표적을 탐지하거나 적의 전파를 효과적으로 교란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 탑재되어 방대한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융합하고, 자동으로 최적의 전파 운용 방식을 찾아내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미래의 전투기는 혼자 싸우지 않는다. 다수의 무인기와 함께 스마트 편대를 구성해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이때 핵심은 무인기와 유인기의 초고속 데이터링크와 AI 기반 전파 신호 관리와 데이터 처리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항공기를 설계 단계부터 센서와 전파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어떻게 운용할지를 분석해야 하며, 그렇게 탄생하는 미래 항공기는 지금보다 훨씬 스마트한 공중 지배자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전파 기술과의 융합은 필수이며, 이 과정에서 항공기와 전파를 활용하는 장비간의 통합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플랫폼 체계 종합업체가 항공기 플랫폼의 운용 개념과 장비들의 요구도를 개발하고, 최적의 전파 운용과 전파 간섭 억제를 고려한 통합 설계를 수행하며 관련 주요장비 개발업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항공기 개발 역사의 중요 이정표로 평가받는 KF-21 보라매 개발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앞으로 전파를 활용하여 항공기 체계를 고도화하는 기술개발이 더욱 중요해 진다. 전자전기 개발을 비롯해 기존 항공기체계의 성능개량, 무인기 및 유무인복합체계 개발 등을 위해 이종 플랫폼간의 데이터링크, 스텔스 통신, 전자전 대응 시스템 등 첨단 전파 기술 연구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전파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방어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 시키는 것이 우리 항공산업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전파를 지배하는 국가가 하늘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낙선 한국항공우주산업 AI·항전연구센터장·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 nagsun.choi@koreaae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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