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로 1960~70년대 시행… 1979년 자치령 된 이후에도 계속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덴마크가 과거 식민지였던 그린란드에서 주민들의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여성들 수천 명을 상대로 대대적인 피임 시술을 시행했고, 일부 여성은 평생 불임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2세 소녀들도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이 같은 조직적인 피임 시술은 그린란드가 덴마크의 식민지였던 1960~70년대는 물론 1979년 자치령이 된 이후에도 계속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덴마크 총리는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피해자들은 사과로는 부족하다며 덴마크 정부에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집권 2기를 시작한 이후 집요하게 매입 또는 군사력을 동원한 강제 병합 등을 주장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그린란드는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린란드대와 남덴마크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는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그린란드 여성들을 상대로 피임 시술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개인 증언과 의료 기록, 문서 등을 바탕으로 한 410건의 사례가 담겼는데, 이 중 349건에서 피해자들이 시술 합병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의사들은 그린란드 여성들을 상대로 자궁 내 피임장치(IUD) 삽입 시술을 했다. 대다수 피해자는 피임에 동의하지 않았고 사전에 권고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통에 시달리던 여성들은 의사들에게 IUD를 제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일부는 자신이 직접 장치를 빼내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IUD 삽입 대신 호르몬 피임 주사제인 데포-프로베라 주사를 맞은 여성들도 있었다. 이 주사를 맞은 여성 중 일부는 생리가 영구적으로 멈추거나 불임이 되기도 했다. 자궁이 손상돼 제거한 여성도 있었다.
지난해 그린란드 원주민 이누이트족 여성 150여명은 동의하지 않은 피임 시술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덴마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메테 프리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달 옌스 프레데리크 니엘센 그린란드 총리와 공동 성명을 내고 공식 사과했다. 프리데릭센 총리는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책임을 질 수는 있다. 덴마크를 대표해 사과한다"고 했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전체 면적이 217만5600㎢로 한반도의 9.7배에 달한다. 인구는 5만7000여명이다. 10세기 후반부터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진출해 정착지를 건설하면서 실효 지배했다.
14세기 후반 이래 덴마크 지배를 받았고 1953년 덴마크의 공식 영토로 편입됐다. 1979년 첫 의회가 구성되면서 자치령이 됐고 2009년 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천연가스와 광물 등이 풍부한데다 최근 온난화 영향으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의 핵심 경로로 부각돼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