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이 5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눈에 띄는 항목이 있다. 바로 ‘경복궁 내 국가유산 대표 상품관 조성’ 항목이다.
국가유산청은 이에 대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전통문화 상품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이에 대한 한국의 대표 상품관이 부재한 점을 해소하고자, 한국 대표 국가유산인 경복궁 내 K컬처 대표 공간(랜드마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국가유산 상품관 조성 추진하기 위해 총 사업비 168억 원을 배정했다”며 “우선 내년 설계비가 8억 원 배정됐고 2027년 공사비로 160억 원이 추가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상품관 위치는 확정되지 않았다는데 경복궁 동남쪽의 주차장 부근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의 이번 ‘국가유산 대표 상품관 조성’ 사업은 현재 케데헌 특수를 주도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뮷즈’에 대한 경쟁심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박물관 관련 굿즈 상품(브랜드명 ‘뮷즈’)을 만들고 있는데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대박을 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케데헌 IP 상품이 아니라, 재단이 원래 생산하고 있는 문화상품인데 공교로운 유사성으로 인해 인기를 끈 것이다. 우리 전통 민화를 활용한 ‘까치호랑이 배지’는 케데헌 호랑이 ‘더피’와 아주 비슷하다는 이유로 오픈런까지 부르고 있다.
이를 통해 올들어 1~8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뮷즈 매출은 217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3%가 늘어났다. 특히 캐데헌이 방송되고 7~8월에 매출이 급증했다. 재단은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전국 13개 지방 국립박물관 가운데 7곳, 국립민속박물관 등 오프라인 기념품점과 온라인에서 뮷즈를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유산’ 업무의 주체라고 인식하는 국가유산청에 비상이 걸렸다. 물론 국가유산청도 소속기관 국가유산진흥원을 통해 문화유산 굿즈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다만 국가유산진흥원은 다양한 국가유산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굿즈 영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개발이나 유통에서 다소 불리한 입장에 있는 것이다.
국가유산진흥원은 ‘사랑’이라는 기념품점 체인으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을 비롯한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한국의집. 인천국제공항, 국회박물관 문화상품점과 함께 온라인에서 역시 문화유산 관련 상품을 팔고 있다. 기존 매장은 대부분 작은 규모여서 이번에 새로운 대형 매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과 문체부(국립중앙박물관)의 업무 분장에 대해서는 국가유산청은 전반적인 국가유산(문화유산, 자연유산) 업무를 담당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물관 관리에 특화돼 있다. 다만 유물을 관리 보존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문화상품의 개발과 생산에는 다소 유리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