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 맹폭하더니…‘右재명’에 野 일각 “尹과 뭐가 다르냐”

2025-02-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년 전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 제한의 탄력적 적용을 추진하다 ‘주 69시간 근무제’ 논란이 커지자 이렇게 맹격했다. 이 대표는 2023년 3월 14일 직접 판교를 찾아 정보통신(IT)·게임업계 근로자들을 만났다. 고용노동부가 일주일에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내놓자,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단 이유였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주 52시간까지 정말 어렵게 사회적 협의를 만들어냈는데, 주 69시간으로 (다시) 늘이는 것은 퇴행적이고 반역사적인 일”이라며 반대 발언을 쏟아냈다. 게임업계 관행인 크런치 모드(Crunch mode, 일정 기간 높은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를 거론하며 “어원을 알아보니 뼈가 부서지는 소리라고 하더라. 개발업체 종사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고,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법 개정이 필요한 한 노동시간 연장, ‘주 69시간 도입’ 등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를 강조했다.

그랬던 이 대표는 최근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자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직접 주재한 정책 토론회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노동계 반대가 극심한 ‘예외 적용’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를 향해선 “밤을 새우는 게 노동법상 금지돼 있으니 그 규제를 풀어줘서 밤샐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것입니까”라고 물었고, 노조 관계자를 향해선 “특정 조건에 한해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의 예외를 두는 것도 막아야 하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12시간 초과 연장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두면서, 해당 노동자들에겐 11시간 연속 휴식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다 ‘주 69시간제’ 논란으로 좌초한 근로시간 개편안에서도 당연히 지켜져야 할 대전제였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돌연 태도를 바꾼 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우클릭’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업계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강성 노조와 거리를 두려는 차원도 있다”며 “특히 2030 남성이 강성노조에 대한 반발심이 큰 만큼 이 대표가 취약한 2030 남성 지지율을 견인하기 위한 행보와도 맞물렸 있다”고 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외려 청년층 민심의 이반을 부를 도화선”이란 지적도 상당하다.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제가 청년층의 거센 반발로 좌초했던 것을 잊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AI(인공지능) 기술 진보 시대에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본질인가.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김동연 경기지사), “반도체 기업의 위기는 근로시간과 무관한 일”(이용우 의원) 등의 공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여권에선 “선거용 코스프레”란 비판이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5일 페이스북에서 “불과 7개월 전에 경제와 기업을 살리기 위해 주 52시간제에 대해 정부·여당이 협조를 구할 때 민주당이 ‘제도 개악에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며 “선거용, 방탄용 ‘실용주의 코스프레’라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요즘 이 대표의 정책 뒤집기를 보고 있노라면 국민의힘으로 영입해야 할 수준의 급변침”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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