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미국에 200조원 투자…"정부도 제도 지원으로 답해야"

2025-08-26

한미 정상회담에 이재용·최태원·정의선 등 참석

정부 상법 개정·노란봉투법 등 기업 규제 강화

재계 지원에 정부도 제도 지원·정책 지원 필요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기업들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200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특히 재계 총수들이 직접 나서며 반도체, 인공지능(AI), 조선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양국의 경제 협력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만큼 재계 내에서는 정부가 기업을 옥죄는 법안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지원과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한미 정상회담에 재계 총출동…“대규모 투자로 정부 지원”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종료 후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국내 기업들은 1500억 달러 규모(약 208조 원)의 대미 투자계획을 밝혔다.

반도체와 AI를 비롯해 원전, 방산, 배터리, 핵심 소재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협력을 강조해 온 조선 분야에서는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를 통해 협력에 나서고 있지만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현지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는 재계 총수들도 총출동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상현 롯데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함께 자리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힘을 보탠 데 이어 이번 회담에서도 관련 산업 중심에서 협력을 논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주요 그룹 총수들도 정부와 원팀을 이뤄 한미 경제 협력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협력 성과도 드러났다. 원전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와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 MOU를 체결했다. SMR 설계부터 건설·운영·공급망 구축·시장 확대 등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하기로 하면서 원전 동맹이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으로부터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를 신규로 도입하기로 했다. 총 362억 달러 규모(약 50조 원)에 달하며, 2030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항공기 도입을 통해 대한항공은 안정적인 공급 증대, 규모의 경제, 탄소배출량 저감은 물론 고객 서비스도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GE에어로스페이스와는 엔진 구매 및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한국가스공사는 2028년부터 약 10년 간 미국산 LNG를 연간 330만 톤 규모로 도입하기로 했으며, 고려아연은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전략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으며,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력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옥죄는 정부와는 엇박자…“정부도 기업 요구에 부응해야”

재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 정부를 지원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도 정부의 부름에 답해 경제사절단에 동행했으며, 실질적인 외교 성과를 뒷받침했다.

특히 미래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와 조선 등 미국이 원하는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불거진 대외 경제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한미 간 경제 협력의 연속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재계의 이 같은 기여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연이어 추진하면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대한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2차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됐다.

이는 결국 기업들의 소송 위험을 높이고 투기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키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또 노란봉투법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은 노사 갈등 유발하고 경영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게다가 자사주 소각 의무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까지 추진될 예정으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재계 내에서는 기업들이 정부의 외교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데 반해 정부는 기업들을 억압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엇박자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가 정부의 움직임에 발을 맞추고 있는 만큼 정부도 기업의 자율성과 혁신 역량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경영 환경 조성과 함께 규제 완화, 기술 혁신 지원, 투자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계는 지난달 관세 협상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중요한 성과를 이뤄냈다”며 “이제는 정부가 기업들의 고충과 현실을 진지하게 이해하고, 규제 완화와 지원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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