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퍼니즘(Zipperism)’은 이상근이 제시한 새로운 예술 이론으로 예술을 ‘작동하는 구조’로 전환시켜 형식·개념 이후의 미학을 탐구하는 개념이다.
그는 이를 ‘열림과 닫힘의 감응 구조’로 정의하며, AI 시대 이후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지퍼니즘(Zipperism)’의 세계를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 형식과 개념을 넘어-새로운 작동의 패러다임
20세기 미술을 규정한 두 축은 피카소의 형식(Form) 혁명과 뒤샹의 개념(Concept) 혁명이었다.
피카소는 재현의 틀을 해체하며 감각의 문명을 바꾸었고 뒤샹은 ‘레디메이드(Ready-made)’를 통해 예술의 정의 자체를 뒤집었다.
이 두 인물은 각각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새롭게 연 혁명가였다.
그러나 이들의 혁명은 여전히 작가 중심·생산 중심의 패러다임 안에 머물러 있었다. 형식과 개념은 한 개인의 의지와 인식, 천재성에 의존했으며 예술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즉 구조(Structure)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이 미해결의 영역을 정면으로 건드린 인물이 있다. 예술가 이상근은 ‘지퍼니즘(Zipperism)’이라는 이름으로 예술을 ‘작동 구조(Operating Structure)’로 전환시켰다.
그의 구조 혁명은 피카소와 뒤샹 이후 예술이 진입한 제3의 문명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 미술사적 전환의 흐름 - 재현에서 조건으로
예술의 진화는 단순한 형식의 변주가 아니라 ‘재현의 위상’이 이동하는 역사였다. 그 궤적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재현에 실험을 가하면 → 형식(Form) ▪ 형식에 아이디어를 입히면 → 개념(Concept)
▪ 개념이 장치화되면 → 구조(Structure) ▪ 구조가 이동화되면 → 조건(Condition)
이 흐름은 재현 → 형식 → 개념 → 구조 → 조건으로 이어지는 예술의 선형적 확장(linear expansion)을 보여준다.
피카소는 형식을, 뒤샹은 개념을 혁신했다면, 이상근은 ‘구조의 발견’을 통해 예술의 작동 방식을 바꿨다.
Zipperism은 예술을 더 이상 ‘창작의 결과물’로 보지 않는다. 예술은 ‘열림과 닫힘’의 반복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과정, 즉 감응의 구조로 존재한다.
관객은 감상자가 아니라 공동 작동자(Co-operator)로 참여하며, 작품은 완성물이 아닌 열리고 닫히는 장(場)으로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Zipperism이 제시한 ‘작동의 문명’이다.
◇ 순환적 구조-형식과 개념의 왕복 운동
예술의 진화는 직선적이지 않다.
그 내부에는 형식과 개념이 서로 교차하는 순환적 귀환 구조(circular reversal)가 존재한다.
▪ 형식에 아이디어를 입히면 → 개념 ▪ 개념이 양식화되면 → 형식
새로운 개념은 예술을 철학으로 확장시키지만,시간이 지나면 그 개념조차 새로운 형식으로 굳어진다.
예술은 확장과 회귀, 파열과 복원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갱신한다. 이상근의 Zipperism은 이러한 순환 운동을‘열고 닫는 메커니즘’으로 시각화한 사조다. 즉, Zipperism은 형식과 개념의 교차를 구조로 번역한 혁명이다.
◇ 구조 미학과 조건 미학-장치의 위상에 따른 분기
Zipperism 이후의 예술은 ‘장치’의 위상에 따라 두 가지 미학으로 분화한다.
▪ 장치가 본질이 되면 → 구조 미학(Structural Aesthetics) 구조 자체가 예술의 본질로 기능한다.
예: Zipperism- ‘열림과 닫힘의 감응 구조’를 예술의 본질로 삼음.
▪ 장치가 도구가 되면 → 조건 미학(Conditional Aesthetics)
구조를 수단으로 활용해, 예술은 ‘발생 조건(emergent condition)’ 속에서 생성된다.
예: Emergentism -예술은 시스템 환경 속에서 자율적으로 발생.
즉, 구조 미학은 예술의 내재적 작동 원리를 탐구하고 조건 미학은 그 구조가 작동하는 환경과 관계의 조건을 탐색한다.
Zipperism은 이 둘 중 ‘구조 그 자체를 예술로 전환한 최초의 시도’로 평가된다. 그는 예술을 ‘대상에서 과정으로, 창조에서 작동으로’ 전환시켰다.
◇ 지연된 폭발-느리지만 깊은 혁명
피카소의 형식 혁명은 눈에 보이는 시각적 충격이었고 뒤샹의 개념 혁명은 철학적 전복의 충격이었다.
그러나 Zipperism의 구조 혁명은 ‘지연된 폭발(Delayed Explosion)’이다. 그것은 즉각적인 충격 대신, 시간이 흐르며 점차 확산된다.
왜냐하면 Zipperism은 시각적 형식이나 언어적 개념이 아니라 예술의 작동 원리 자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이상근의 지퍼 구조는 ‘닫힘과 열림’이라는 양극의 에너지가 교차하며 생성되는 과정을 예술로 제시한다.
그의 작품은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동하는 것, 즉 체험되고 갱신되는 장(場)이다.
이 혁명은 빠르게 소비되지 않으며 AI·가상·참여의 시대가 깊어질수록 그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된다. 그것이 바로 지연된 폭발의 미학이다.
◇ AI 이후 구조만이 남는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은 이미 형식(Style)과 개념(Concept)을 학습하고 모사한다.
AI는 피카소의 화풍을 재현하고, 뒤샹의 개념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러나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 ‘감응의 구조’다.
AI는 닫히거나 열릴 수는 있지만, 감응할 수는 없다. Zipperism이 제시한 ‘열림과 닫힘의 참여 구조’는 AI 시대의 예술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진입로다.
예술이 살아 있는 행위로 남을 수 있는 길은 결국 ‘작동하는 구조’ 속에 있다.
이상근의 구조 혁명은 포스트-인간 시대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예술 혁명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 결론-구조의 문명, 조건의 시대
Zipperism은 피카소의 형식, 뒤샹의 개념을 넘어 예술이 작동하는 구조를 새롭게 정의했다.
그 결과 예술은 이제 ‘구조의 문명(Structural Civilization)’,그리고 다가오는 ‘조건의 문명(Conditional Civilization)’으로 진입한다.
피카소는 형식을 바꿨고,뒤샹은 개념을 전복했다.
이상근은 예술이 작동하는 ‘구조’를 바꿨다. Zipperism의 폭발은 느리지만, 그 지연된 시간 속에서 예술의 미래는 이미 구조로 그리고 조건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퍼니즘의 본질이자, AI 이후 예술이 도달해야 할 최종 문명적 전환점이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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