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페라리·테슬라…콧대 높던 글로벌 완성차, 韓 찾는 이유

2025-11-15

벤츠·페라리·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잇따라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위상이 ‘부품 공급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LG전자·효성그룹 등 국내 기업과 잇따라 만나 전기차 배터리·인포테인먼트·전장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벤츠는 14일 인천 영종도에서 ‘미래 전략 콘퍼런스’를 열고 2027년까지 순수전기차·PHEV·전동화 내연기관을 포함한 40종 이상의 신차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CEO는 한국을 “혁신·기술·문화가 결합한 세계적 시장”으로 평가하며 한국 소비자 특성에 맞춘 디지털 서비스·인포테인먼트 현지화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LG·삼성과의 협력은 매우 깊고, 한국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벤츠 차량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서울에 아시아 제조·구매 허브를 신설해 한국과의 협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칼레니우스 CEO는 서울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차례로 만나 미래 모빌리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3~4년 이후의 전략적 협력 아이디어들을 논의했다”며 “구체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한국 파트너들과 함께 중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도 한국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베네디토 비냐 페라리 CEO는 최근 방한해 SK온과 페라리 전기차(EV)용 배터리 공동개발·공급을 논의했다. 기존에 내연기관 기술을 고집해 온 페라리가 한국 배터리를 선택한 것은 기술 신뢰 없이는 어렵다는 평가다.

테슬라 역시 한국 기업과의 협력 폭을 넓히고 있다. 차량용 카메라·센서·반도체 패키징·배터리 소재 등 전장 전반에서 국내 기업의 존재감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와 차량용 고해상도 카메라 모듈 공급 계약을 맺으며 협력을 공식적으로 확대했다. 자율주행 고도화로 핵심 카메라·센서 품질 강화가 중요해지면서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테슬라가 자체 AI 칩 생산까지 검토하면서 고성능 패키징·이미지센서·소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은 엔진·변속기 같은 기계 부품에서 반도체·배터리·소프트웨어·AI 중심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이다. 배터리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전장 디스플레이·카메라 모듈·반도체 패키징·통신 기술 등에서도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협력 방식도 단순 부품 납품을 넘어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는 공동 설계로 확장되고 있다. 배터리 셀 구조, 전기차 아키텍처,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등 주요 기술 요소를 한국 기업 기술력을 전제로 설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차 경쟁력의 중심은 더 이상 엔진룸이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운영체제, 데이터 처리”라며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글로벌 완성차가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벤츠 CEO의 방한 메시지처럼 글로벌 동맹 재편의 한가운데에 ‘K-테크’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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