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무(無)라벨 생수병 의무화 규제 도입을 앞두고 생수업계가 친환경 정책 마련에 분주하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먹는샘물(생수) 용기의 비닐 포장재를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먹는샘물의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이 도입된다. 이에 따라 생수병을 감싸는 비닐 포장재 사용이 제한되고, 제품 정보는 병마개 OR코드를 통해 제공하게 된다.
무라벨 생수를 의무화하는 이유는 재활용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포장재가 분리 배출되지 않은 생수병은 재활용 과정에서 이를 제거하는 별도의 공정을 거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국내 최초의 무라벨 생수는 2020년 1월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아이시스8.0 ECO'다. 롯데칠성은 무라벨 생수 출시 이후 제품 확대에 나선 결과 2023년 기준 플라스틱 사용량을 182톤 절감했다. 무라벨 생수는 작년까지 롯데칠성의 전체 생수 판매량의 약 60%에 달한다.
무라벨에 이어 OR코드를 최초로 적용한 브랜드는 제주삼다수다. 제주삼다수는 2023년 9월 무라벨 생수 제품 뚜껑에 제품 정보를 볼 수 있는 OR코드를 넣었다. 그동안 무라벨 생수업체는 묶음 상품의 겉면 포장이나 낱개 병뚜껑을 감싸는 비닐에 제품 정보를 담아왔다.
제주삼다수는 현재 공장 모든 생산 라인에 OR코드를 도입한 무라벨 제품 생산 설비를 마련하고 전체 생산 제품의 약 65%까지 생산 중이다. 내년까지 전년 무라벨 생산 전환이 목표다.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와 농심 백산수 등 생수업체도 OR코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규제 도입에 맞춰 이행할 수 있도록 병목에 감싸는 비닐 포장재 대신 병뚜껑에 바코드와 OR코드 등을 인쇄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현재 아이시스는 무라벨 낱개 제품을 판매 중이나 백산수의 경우 묶음 상품으로만 무라벨 생수를 판매하고 있다.
무라벨과 OR코드 규제 도입에 발맞춰 업계는 플라스틱 경량화 등 친환경 경영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0월 생수 제품 내부에 액체 질소를 충전하는 기술을 도입해 용기 중량(500ml 기준)을 기존 11.6g에서 9.4g까지 낮췄다. 출시 당시인 1997년 22g인 점과 비교하면 57% 낮아졌다. 질소 충전을 통해 패키지 안정성을 높이고 재활용 편의성도 높였다.
현재 초경량 생수는 아이시스 500ml 제품에만 적용되고 있다. 올해로 아이시스 8.0 제품에 기술을 적용해 플라스틱 절감 효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초경량 아이시스는 한정 채널에서 판매됐음에도 출시 80일만에 누적 134만병이 팔리며 초기 반응이 긍정적인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직영몰인 칠성몰과 쿠팡 등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해 온 초경량 아이시스를 이달부터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까지 확대했다"며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ECO가 무라벨 트렌드를 선도했듯 질소 충전 기술도 소비자의 가치소비 의식에 부응하며 친환경 기술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삼다수는 환경성 및 품질 강화를 목표로 용기 경량화에 집중해 전 품종의 용기 무게를 약 12% 줄였다. 올해부터 경량화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 및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연간 약 3400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8000톤의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하이트진로음료의 생수 브랜드 석수도 페트병 경량화로 연간 570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약 30%까지 줄였다. 석수는 2021년 무라벨 제품을 처음 출시, 2022년 무라벨 낱개(500ml) 제품을 출시해 2023년 전체 생수 생산의 65%가 무라벨 제품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친환경 제품을 내놓기 위한 초기 개발 비용은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 생수의 라벨을 없애고 용기를 경량화하는 건 원가 절감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며 "전체 생수 판매량에서 무라벨 제품 판매가 절반이 넘어갔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가치 소비 인식에 따른 수요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