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PICK 쌤과 함께’ 시대의 화두, 왜 지금 양심을 말하는가···진화생물학자 최재천이 바라본 ‘2025 양심’

2025-03-16

16일 오후 7시 10분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 222회는 ‘시대의 화두, 왜 지금 양심을 말하는가’라는 타이틀로 ‘진화생물학자 최재천이 바라본 2025 양심···차마·어차피·차라리’가 방송된다.

통념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있다. 정의가 살아 숨 쉬고 공정한 세상. 서로 도우며 공생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이 ‘양심’이란 단어를 빼놓고 실현될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양심적으로 사는 건 손해’라는 인식이 사회 깊숙이 스며들었고, 지금은 ‘양심’을 이야기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로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왜 우리는 양심과 멀어지게 된 걸까? 3월 16일 방송되는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는 동물행동학자·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함께 우리 시대의 양심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양심의 필요성에 대해 짚어본다.

양심이란 무엇인가‘양심이 밥 먹여줘?’, ‘양심 엿 바꿔 먹었냐?’, ‘양심에 털 난 사람’ 등 일상 속에서 관용구로 흔히 사용했던 양심이라는 말을 언젠가부터 듣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과연 이 ‘양심’은 무엇을 일컫는 말일까?

최 교수는 “동서양 간 양심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양에서는 ‘함께’를 뜻하는 con과 지식, ‘과학’을 뜻하는 science가 합쳐져 양심(consience)이 되었는데, 서양의 양심은 한 마디로 규범적인 기준을 의미한다. 준법정신이 곧 양심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동양은 어질 량(良)에 마음 심(心)의 한자를 사용하여 양심(良心)을 정의한다. 그렇기에 동양의 양심은 도덕적으로 고결한 마음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 양심을 ‘나만 아는 내 마음속 불편함’으로 정의했다. 비양심적으로 살더라도 본인이 불편하지 않으면 계속 그렇게 살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양심에 찔릴 경우 속이 불편해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심은 누구에게 있는가최 교수는 “대한민국은 양심을 버리면 오히려 이득을 본다며, 갑질을 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도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점점 무뎌지는 ‘공감력’을 지적하며 최 교수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양심은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양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걸까. 최 교수는 “혹시 초파리, 오징어, 비둘기의 양심을 본 적이 있냐”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실험실의 흰 쥐에게서 양심이 발견되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전했다. 흰 쥐 대여섯 마리를 한 공간에 두고 먹이를 주다가 각각 다른 공간에 두고 한 마리에게만 먹이를 주었을 때, 처음에는 먹이를 잘 먹던 쥐가 친구들이 배고픔을 호소하는 소리를 듣고 식사를 멈추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의 결론으로 ‘포유류라면 선천적으로 공감과 양심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해졌다.

야생에서 수많은 동물을 만나고 연구해 온 최 교수가 직접 목격한 동물의 양심도 존재한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생물학 교수인 제럴드 윌킨슨 교수와 함께 파나마 열대 정글에서 흡혈박쥐를 연구하던 최 교수는 흡혈박쥐가 굶주린 동료에게 피를 게워 먹이를 공유해 주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 후 신세를 진 박쥐는 똑같이 먹이를 나눔으로써 되갚아 주며 인간의 품앗이와 유사한 습성을 보여주었다.

“만약 양심이 없었다면 흡혈박쥐는 높은 신진대사율로 인해 며칠만 굶어도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양심이 사라진 현대인들의 모습에 위기감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양심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최 교수는 본인을 ‘태생적으로 비겁한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위험한 일이 닥치면 나서지 않고 숨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그놈의 ‘얼어 죽을 양심’ 때문에 행동했던 몇 가지 사례를 이야기했다.

최 교수는 강원도 영월의 동강댐 건설에 앞장서서 반대했으며, 또한 4대강 개발 사업에도 거세게 반대했다. 2013년에는 불법 포획된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외 두 마리를 야생으로 방류하는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으나 무엇이 최 교수를 견디게 했을까? 최 교수는 이에 대해 “마음속 불편한 무엇, 양심 때문에”라고 설명했다.

양심이 발동하는 조건 세 단계를 ‘차마, 어차피, 차라리’라고 소개한 최 교수는 “차마 어쩌지 못해서, 어차피 불편할 거면, 차라리 해 버리자”하는 마음으로 양심을 따라 행동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를 바꿀 만한 힘이 양심에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양심의 힘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양심을 공정한 세상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가진 자들은 별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누어주고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양심은 불어도 불어도 꺼지지 않는 ‘내 안의 작은 촛불’이다”라며,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작지만 강한 열기를 내뿜는 양심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슈 PICK 쌤과 함께’ 222회 ‘시대의 화두, 왜 지금 양심을 말하는가’는 16일 저녁 19시 10분에 확인할 수 있다. 방송 후에는 KBS홈페이지와 wavve, 유튜브 KBS교양, KBS다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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