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也狂狷(필야광견)

2025-03-16

‘중용(中庸)’은 한자문화권에서 중시하는 사상이자 실천덕목이다. 해석이 다양하지만 대개 ‘치우침 없이 올바르며 변함이 없는 이상적 상태’를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에 비해 ‘광(狂)’은 실천력보다 품은 뜻이 높아서 중용을 벗어났음을 이르는 말이고, ‘견(狷)’은 지식은 부족한데 의지는 확고하여 중용에 미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중용은 결코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안일한 양시론(兩是論)이나 양편이 다 그르다는 무책임한 양비론(兩非論)이 아니다. 떳떳한 도리를 바르게 실천하는 중심 잡힌 의지와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중용을 실천하고자 하는 꿈도 의지도 없이, 그저 맹목적·과시적으로 부지런한 척만 하면서 내심 편할 기회만 노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무사안일주의자다. 공자는 이런 사람을 반기지 않았다. 차라리 미친 듯이 진취적인 광자(狂者)나 고집스러울 만치 뜻이 확실한 견자(狷者)와 함께 하기를 바랐다.

무사안일은 사람을 망치는 무서운 타성이다. “눈물이 없으면 영혼의 무지개를 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자식이 편하기만 바랄 게 아니라, 중용에 못 미친다면 차라리 눈물의 노력과 함께 ‘광’이나 ‘견’하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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