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시작해 전국 프리미엄 방문 세차 시장을 석권한 갓차모빌라이즈의 이원준 대표는 “차량이 아닌 시간 관리를 제공한다”는 비전으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전국 2000여 아파트 단지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1000세대 이상 고급 아파트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성과를 거둔 갓차는 글로벌 무대를 겨냥하고 있다.
주말 아침, 평소와 같으면 박철우씨(45)는 주차장에서 세차를 하느라 허리를 구부리고 있을 시간에 가족과 함께 브런치를 즐기고 있다. 그의 자동차는 지하주차장에서 갓차의 전문 테크니션이 세심하게 관리 중이다. “이전에는 세차장에 가거나 아파트 월세차를 이용했는데, 품질이 들쑥날쑥했어요. 지금은 전문가가 정해진 시간에 찾아와서 관리해주니 정말 편리합니다.”

갓차가 등장하기 전, 아파트 주민들의 차량 관리는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세차장을 찾아 시간을 투자하거나,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아파트 월세차에 의존해야 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시작된 갓차의 여정을 알아보기 위해 부산 광안리 본사를 찾았다.
캐주얼한 슬랙스 차림의 이원준 대표가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인 사무실에서 취재진을 맞았다. 벽면에는 회사의 연혁과 성장 그래프, 아파트 단지 지도가 붙어있고, 책상 위에는 다양한 차량 관리 제품 샘플이 놓여 있었다.

“좋은 월세차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서 창업을 생각했습니다.” 이원준 대표는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밤늦게 귀가했을 때 어떤 업체 직원이 먼지털이로 가볍게 차를 두르고 타월 한 장으로 도장면과 휠을 닦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제대로 된 프리미엄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찾아가 디테일링 마스터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 아파트 지하주차장 환경에 특화된 생분해성 워터리스 세차법을 도입한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기존 업체들이 물, 먼지털이, 저가 타월 1~3개로 3~5분 만에 세차를 마치는 것과 달리, 갓차는 생분해성 워터리스 케미컬, 최고급 타월 6~8개, 브러시, 프리미엄 왁스 등을 사용해 20~30분(외부세차 기준) 동안 정성을 들인다.

“아파트 월세차 시장이 이렇게 폐쇄적이고 관행에 묶여 있는지 몰랐어요. 기존 업체들이 ‘세차를 못하게 하겠다’며 방해했고, 유니폼을 입고 현장에 나타난 저희를 비웃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갓차만의 독특한 경영 철학인 ‘머슴러닝’이 탄생했다. “요즘은 다들 머신러닝, AI를 이야기하지만, 저희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머슴러닝’을 강조합니다. 주인의식을 가진 ‘머슴’처럼 고객과 동료를 섬기며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태도가 핵심입니다.”

갓차는 최근 부산소방재난본부,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의전차량 관리업체로 선정되는 등 공공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공공 부문 진출은 ‘국가 신뢰 기반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외교를 책임지는 차량을 관리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죠.”
이원준 대표는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세차 과정에서 축적되는 타이어 마모도, 주행거리, 차량 상태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중고차 가치 평가, 보험 요율 모델, 모빌리티 자산 기반 금융 연계 서비스 등을 준비 중입니다.”
프리 시리즈A 투자유치를 준비 중인 갓차는 서울 도심 내 허브 확장, 기술 내재화, 브랜드 고도화, B2B/B2G 사업 확장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2026년에는 태국, 중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하이엔드 주거단지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라, 차량을 정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모빌리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갓차는 일상에 편리함을 더하는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부산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