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내집' 입니다. 이제 막 독립을 꿈꾸는 20대, 신혼의 단꿈속에 내일을 준비하는 30대, 가장으로서 자녀양육에 올인하는 40대, 슬슬 노후걱정을 해야 하는 50대…
다소 거칠게 규정한 각 연령대의 특징 가운데에서도 유독 이들 서민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이슈가 '주거안정'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 '의식주(衣食住)'에서 입고 먹고 하는 것과 달리 주거(住)는 차원이 다른, 그 간극이 하늘과 땅 같은, 그래서 상대적 박탈감을 부르는, 그 결과 잠재적인 사회불안을 구성하는 중차대한 사안입니다. 내집 한칸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현실을 저당잡히고, 따라서 내집의 절반이상은 은행의 몫이라는 푸념으로 살고 있지만 누군가는 이조차 가능하지 않다는 '레버리지 부재'의 무기력감과 체념 속에 허덕이는 게 현실입니다.
"그간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비판이 부모에게서 받을 것이 있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종의 접근성 문제이자 불평등 문제다."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하더라도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정부부처 금융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병환 위원장의 입에서 3일 나온 말입니다. 경제부처 수장의 워딩이라 하기엔 너무 '말랑말랑'하다 할 수도 있지만 정부당국자로서 대한민국 절반의 무주택 서민과 '공감'하고자 하는 '정책의지'로도 읽힙니다.
그러면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꺼내든 카드는 '지분형 주택금융(모기지)' 입니다. 일단 그 배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집값은 계속 오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가면 결국 현금을 많이 보유하지 못한 이들은 집을 구매하기 점점 더 제약이 되는 상황이 될 것이고 대출을 일으키는 것은 거시건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이 발언은 지난 3월말 금융위 출입기자단 월례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종합하자면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해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적 사다리(정책금융) 그리고 대출증감에 따른 거시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자금융통의 게이트키퍼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현실적·정책적 모순을 진솔하게 고백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제 본론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제시한 해법 '지분형 주택금융'은 정책금융기관 주택금융공사가 지분투자자로 참여해 주택매수자가 과도하게 부채를 일으키지 않고도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해됩니다.
가령 집값이 100일 때 매입자 보유자금이 10이고 40을 빌릴 수 있다면 나머지 50을 주택금융공사가 지분으로 취득하는 것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부동산 신용집중: 현황,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이라는 주제 아래 열린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택금융공사 지분 50%에 대해 납부해야 하는 사용료는 기본적으로 은행 이자보다는 낮게 가도록 할 생각이다. 주택매입자가 집값이 올라 집을 팔면 이익을 반으로 나누고 중간에 지분을 취득할 수도 있다. 집값이 내려가면 주택금융공사 지분이 후순위로 먼저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집을 살 때 현금이 부족해 최대한의 대출을 끌어안고 이후 원리금상환에 큰 부담을 지며 롤러코스터 타는듯한 집값변동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분산해 보자는 취지로 여겨집니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무분별한 영끌과 가계부채 증가를 효율적으로 억제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꿈을 금융지원하는 '양대책무(dual mandate)' 사이에서 묘수를 찾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 반세기 고착화한 '부동산불패신화'가 시장이 예상치 못한 기대 이상의 차익 실현과 독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수단계 '메리트'와 매도시 '이익배분'의 작동기제가 얼마나 수용성 있는지는 검증해야할 과제로 지목됩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같은 점을 의식한듯 "시범적으로 사업을 테스트해보고 반응에 따라 확대할지, 체계를 바꾸는 수준으로 변혁할지 보겠다"며 "이런 시도가 지금까지 가계대출과 관련한 정책적 변화를 모색하는데 단초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7월 취임했습니다. 권력 최정점에서 시작된 은행권 '이자장사' 질책과 관치금융 논란, 하위기관인 감독당국의 거침없는 이슈파이팅 와중에서도 김병환 위원장은 장관급 인사로 묵직한 리더십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매달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언론의 다양하고 뜬금없거나 예상치 못한 질문공세에도 성실히 답하고 정책수요자의 이해를 구합니다. 취임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올 들어 잇따라 띄우고 있는 서민의 내집마련 지원정책이 어떠한 방식으로 정치(精緻)하게 구체화되고 시장의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주목되는 건 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