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폭증, 특급호텔 F&B 매출 ‘하락세’…“고객 변화·소비 트렌드 전환이 원인”
최근 한류 열풍이 재점화되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부산, 제주 등 주요 관광지의 특급호텔은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70~80%에 달하며 숙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호텔 내 레스토랑과 뷔페 등 식음료(F&B) 부문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고객층 변화와 소비 트렌드의 재편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관광객은 늘었지만…호텔 F&B는 ‘역성장’
14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37만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94% 수준까지 회복했다.
올해는 이미 누적 기준으로 2019년 방문객 수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주요 관광지의 특급호텔 객실 점유율도 함께 급등, 일부 호텔은 한두 달 전에도 원하는 날짜에 객실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이와 달리 호텔 식음료 부문은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특급호텔의 F&B 매출은 전년 대비 5~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객실 부문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식음료 부문은 ‘불황’을 겪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호텔 말고 맛집 간다”…‘K-푸드’가 만든 아이러니
이 같은 현상은 호텔 투숙객 구성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 시기에는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는 내국인 고객이 많았고, 이들은 호텔 뷔페와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 이용에도 적극적이었다.
최근 들어 투숙객의 다수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바뀌면서 호텔을 단순한 숙박 공간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여행 트렌드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숙박과 식사를 한 곳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은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입소문 난 로컬 맛집을 방문하는 것을 필수 코스로 여긴다.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으로 인해 오히려 호텔 레스토랑보다는 외부 식당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국내 소비 심리 위축도 겹쳤다. 팬데믹 시기에는 ‘작은 사치’로 특급호텔 뷔페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경기 침체로 내국인의 고급 외식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개인 셰프 레스토랑이나 독립형 파인다이닝으로 눈을 돌리며 수요가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낮춰도 역부족”…호텔 F&B, 전략 변화 나서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일부 호텔은 가격 인하와 메뉴 간소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고급 코스 요리를 줄이고, 가성비 높은 단품 메뉴나 캐주얼 메뉴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서울 도심 일부 특급호텔 레스토랑은 가격을 최대 50%까지 인하했다. 가격 인상 추세를 이어오던 호텔 뷔페들도 당분간 가격 조정을 보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점심보다 저녁 식사 가격이 더 저렴한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통상 저녁 식사가 더 고가로 구성되지만, 외식 수요가 점심 시간에 집중되고 저녁에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이례적인 가격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호텔 F&B, 단순한 식당 아닌 브랜드 전략의 핵심”
전문가들은 호텔 산업 전반에서 ‘이중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외국인 투숙객 증가로 객실 부문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식음료 부문은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특급호텔의 외국인 숙박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고 있지만 F&B 부문은 소비자 구성 변화에 따른 대응이 부족해 위축되고 있다”며 “호텔 F&B는 단순한 식사 공간이 아닌 호텔 브랜드의 정체성과 수익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의 신호”라며 “단순한 가격 조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콘셉트 재정립, 로컬 콘텐츠와의 연계, 브랜딩 강화 등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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