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CPTPP 가입 검토..."심화한 미중 갈등에, 가입 필요성 커졌다"

2025-09-03

정부가 2021년 이후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3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유사 입장국 간 경제동맹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PTPP는 지난 2018년 3월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현재 일본을 비롯해 호주·브루나이·캐나다·칠레·멕시코·베트남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영국이 가입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CPTPP는 세계 4위 규모의 FTA로, 조합국의 GDP(국내총생산) 합계액은 전 세계 GDP의 약 14%에 달한다.

한국은 지난 2021년 1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CPTPP 가입 검토 의사를 처음 밝혔고, 국제 경제 전략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선언했다. 그해 12월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CPTPP 가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정식 가입 신청에 근접한 단계까지 논의됐지만, 농어민 등의 반발과 국회 보고 불발 등 이유로 정식 신청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도 가입을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중 갈등 심화와 관세를 통한 보호주의 강화 등으로 재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CPTPP 가입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협력기구 구성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미·중 통상 마찰 상황 속에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겠다”며 “CPTPP와 같은 부분도 전략적으로 검토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랐다.

한국이 CPTPP 가입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분석에서다. 지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면 GDP가 0.38%포인트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CPTPP 가입국 중 일본·멕시코와 아직 FTA를 체결하지 않아 가입 시 수출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유럽연합(EU)도 CPTPP 가입에 큰 관심을 보이는데, 성사될 경우 국제무대에서 CPTPP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CPTPP 가입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관련 논의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CPTPP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2021년과는 상황이 급변했고, 현시점에서 가장 국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에서 가입을 전략적으로 검토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정부가 CPTPP 가입을 공식 신청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려면 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이해 관계자 설득, 국회 보고 등 국내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새 회원국의 CPTPP 가입은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입김이 쎈 일본과 협의 등도 변수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타이밍을 놓치긴 했지만, 정부가 지금이라도 CPTPP 가입을 검토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미 한국은 CPTPP 가입국 대부분과 FTA를 맺고 있으며, 일본과도 REC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 통해 시장을 일정 부분 개방한 만큼 이에 대한 국내 이해관계자의 반발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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