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서도 소비 심리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지난달 개인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심리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뉴스심리지수도 12ㆍ3 비상계엄 직후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전체 개인카드 사용액은 74조175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 증가했다. 증가율로 보면 1월(2.5%)보다 악화했고 계엄 직후 소비가 얼어붙었던 12월(3.5%)보다도 나빠졌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2월이 하루 적다는 점, 이상한파로 전년보다 추웠다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소비가 약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내수 부진 우려에 수출 전망까지 어두워지면서 더욱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여신금융협회에서 제공받은 개인 체크ㆍ신용카드 사용액 데이터에서 세금 지출 등을 제외한 후 경기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날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1월 카드 승인실적 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소비 관련 대부분의 업종에서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가 어지간해선 줄이지 않았던 교육비까지 아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서비스업의 카드 매출은 1조74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월(12.5% 감소)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 감소가 가장 큰 건 운수업(7.6%)이었고, 숙박ㆍ음식업도 1.8% 줄었다.
내수 침체 장기화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건 자영업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두 달 새 20만명 넘게 폐업했다. 계절적 영향으로 1월에 자영업자가 줄어들긴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소비 부진의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내수의 핵심 지표인 소매판매가 1월에 전월 대비 0.6% 줄었다.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하면 대출 부실이 확산할 우려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6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ㆍ기업)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329조6279억원에서 2024년 3분기 394조8390억원으로 1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 연체액은 5593억원에서 2조2590억원으로 약 4배 늘었고, 연체율도 0.2%에서 0.6%로 3배나 치솟았다.
문제는 당분간 소비 심리가 개선될 조짐이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경제심리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뉴스심리지수(NSI)도 최근 들어 악화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월별 뉴스심리지수는 2월 99.85에서 3월(1~9일 기준) 87.08로 12.77포인트나 하락했다. 계엄 여파에 경기가 급랭했던 12월 평균(85.75)과 비슷한 수준이다. 뉴스심리지수는 언론사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를 지수화한 것으로 앞으로의 소비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선행) 지표 중 하나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과거 장기 평균보다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정치 불안에 트럼프발 통상 무역정책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개인도 지갑을 닫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말로만 민생을 외치며 추경으로 급한 불을 끄려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성장 동력을 되살릴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