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리 인상 전망에 엔화 강세…이자 부담 줄이려 일제히 상환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은행권에서 일본 엔화로 돈을 빌려 쓴 기업들이 최근 대거 대출 상환에 나서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데다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대출 규모를 줄이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총 724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 원/엔 재정환율(980.32원)로 계산하면 약 7천98억원 규모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8월 말부터 올해 2월 말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8월 말 778억엔에 달했던 잔액은 9월 말 767억엔, 10월 말 755억엔, 11월 말 750억엔, 12월 말 731억엔 등으로 계속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말 730억엔, 2월 말 725억엔으로 비슷한 추세가 유지됐으며, 이달 들어 7일까지 4영업일 동안 1억엔이 더 감소했다.
지난해 2월 말(802억엔)과 비교하면, 1년여 사이 10% 가까이 잔액이 축소된 셈이다.
엔화대출 차주는 장기로 시설자금을 충당하거나 수입 대금을 치르기 위해 돈을 빌리는 기업 등 법인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출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 기준금리, 원화대출과 상대적 이점을 따질 때 기준으로 삼는 원/엔 환율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뚜렷해진 엔화대출 감소세는 일본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나 엔화 강세 기대와 맞물린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7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높인 데 이어 올해 1월 다시 0.5%로 인상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지난 5일 "경제와 물가가 예측대로 움직이면 정책금리를 계속 높이겠다"고 밝히는 등 추가 인상이 기정사실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6월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으로 1.5%까지 상승했다.
환율도 덩달아 뛰었다.
지난해 6월 말 850원대로 바닥을 친 원/엔 환율은 이후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추세적으로 상승해 최근 1천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원/엔 환율은 전날 장중 995.09원까지 올라 지난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 강세로 엔화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상환을 시작했다"며 "엔화가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엔화대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이 제로금리를 유지할 때는 이자 부담이 적었겠지만,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원금은 동일해도 상황이 달라졌다"며 "집중적으로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5대 은행 엔화대출 잔액 추이(단위:억엔)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자료 취합.
날짜 엔화대출 잔액
2024년 1월 말 805
2월 말 802
3월 말 805
4월 말 798
5월 말 782
6월 말 782
7월 말 776
8월 말 778
9월 말 767
10월 말 755
11월 말 750
12월 말 731
2025년 1월 말 730
2월 말725
3월 7일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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