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사주 매입 1조 달러 이를 수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주식시장이 경기 침체 가능성에 고꾸라지면서 약세장 우려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개 지금과 같은 시장 급락이 발생하면 미국 정부나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 방어에 나서곤 하지만 이번엔 두 곳 모두 한 걸음 물러선 채 방관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지금의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며 패닉 버튼을 직접 눌렀고,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를 부양할 수단을 전혀 강구할 뜻이 없다면서 '트럼프 풋'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연준 역시 당장은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주식 시장 심폐소생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한 상태다.
이처럼 분위기 반전을 노릴 만한 재료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기업들이 시장 반등을 견인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 'C-스위트 풋' 기대감 솔솔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들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주가가 더 하락하면 기업 경영진들이 자본지출(CAPEX)을 줄이고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주식 시장을 새롭게 지지할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S&P 500 편입 기업들의 자본지출 및 자사주매입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지수에 대한 우리의 긍정적 전망이 여전히 유효한 모습"이라면서 "주식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자본지출에서 자사주 매입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씨티는 당초 S&P500 편입 기업들의 자본지출이 지난해 13%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7% 늘어날 것이며,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지출의 32%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기업들이 성장 흐름 속에서 자사주 매입은 3.6% 줄이고 자본지출은 3.5% 늘린 반면 올해는 관세 등 트럼프 정책 리스크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앞으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이러한 흐름이 반전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아직까지 트럼프 관세의 수준이나 기간 등이 여전히 불확실하며, 리쇼어링이나 인프라 구축과 같은 트럼프 정책 구상이 이론대로라면 기업들의 자본지출 확대로 이어져야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짙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단기 내지 중기적으로 기업들이 성장을 위한 투자를 머뭇거릴 것으로 보이며, 그보다는 주가 하락을 활용해 자사주 매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씨티의 판단이다.
이들은 지난해 S&P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총 규모가 9000억 달러 정도였는데 올해 주식 시장 압박이 지속될 경우 해당 규모는 1조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는 기업의 최고 경영진(C-suite)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면 주식시장 바닥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2월 19일 고점에서 10% 조정이 이뤄져 S&P 500 지수가 5500 수준까지 하락하면 이러한 'C-스위트 풋'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 펀더멘털 전망에 기초하면 (단기 조정은) 우리가 제시한 목표치인 6500 대비 매력적인 위험/보상 비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