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3조 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배경에 대해 부채 비율을 관리하면서 단기에 거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은 유상증자가 유일했다고 강조했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글로벌 수주전에서 불리해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유증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와 관련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혜량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손 대표는 유럽 방산업체와 입찰 경쟁에서 불리해지지 않으려면 부채비율 관리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무기 구매국은 30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방산업 특성상 재무 안정성을 중시해 입찰에서 무기 공급회사의 신용등급과 재무정보를 요구한다.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신용등급이 떨어져 해외 수주전에서 불리해 지는 셈이다.
특히 한화에어로는 선수금이 부채로 잡히는 회계방식 때문에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최근 한화에어로는 방산 부문에서만 31조 4000억 원을 수주해 선수금이 급증해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281.3%에 이른다.
손 대표는 “유럽연합의 군수품 역내 조달 등 이른바 ‘유럽 방산 블록화’가 진행되는 데 선진국 경쟁 방산업체들의 견제를 뛰어넘으려면 신속한 대규모 현지 투자가 절실하다”며 “(은행) 차입 등에 나서 단기간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최근 빠르게 회복하는 유럽 방산업체와 입찰 경쟁에서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가 주가에 단기 악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사 가치를 극대화하며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주가 전망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손 대표는 “한화오션(042660)도 2조 원대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했다”며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를 통해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의 미래 가치 보호와 제고를 최우선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겸 한화에어로 전략부문 대표와 안병철 전략 부문 사장, 마이클 쿨터 해외사업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